강릉 남대천에서 거북이를 만난 일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엄청 큰 거북이가 내 눈앞에 있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대천에서 강아지 산책을 하고 있는 중인데 거북이의 크기가 거의 냄비 뚜껑만 하다는 것이었다.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도심 안에 큰 거북이라니... 너무 궁금했다. 퇴근 후 서둘러 가보니 정말 냄비 뚜껑만한(아주 적절한 비유였다.) 크기의 거북이가 공원 잔디 위를 슬금슬금 걷고 있었다. 난 어릴 때 친구 집에서 키우는 애기 주먹만 한 거북이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거북이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거북이는 커다란 껍데기 속으로 다리와 얼굴을 숨겼다. 잔디 위 안착된 거북이 뚜껑을 보고 있자니 슈퍼마리오 게임처럼 밟으면 앞으로 쭉- 나갈 것만 같다는 상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조금 거리를 두니 녀석은 다시 자신이 가던 길을 향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원 주변으로는 촘촘한 간격의 쇠창살 펜스가 쳐져있는데 도대체 이 넙적하고 큰 거북이가 어디로 들어온 걸까? 누군가 키우던 거북이를 여기 풀어놓고 간 걸까?... 여러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찰나, 갑자기 거북이가 펜스 끝으로 기둥 쪽으로 가더니 벽을 타면서 몸을 세로로 세워 쇠창살 사이로 통과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믿을 수 없었다. 너무 놀라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다. 게다가 그 순간만큼은 거북이의 행동이 매우 민첩했다. 우리가 감탄을 하는 사이 녀석은 천천히 남대천 방향 수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릴 적 했던 포켓몬스터 게임도 아니고 공원 잔디 복판에서 거북이를 만나고 몸을 옆으로 세워 쇠창살을 통과하는 거북이라니... 그리고 거북이가 이토록 유연한 사고와 운동신경을 가졌다니. 아직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들, 겪어보지 못한 일들 천지구나-하고 새삼 이 세상에 대한 경외심이 생긴다. 그저 평화롭고 정적으로만 보였던 강릉의 남대천이 지금 다시 보니 무척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보고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