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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hum Oct 30. 2021

내 인생 첫 그림수업 진행 후기

강릉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 수업 


 6월부터 약 5개월동안 강릉시민을 대상으로 아이패드 수업을 진행했다. 나 또한 비전공자이고 처음부터 내 방식대로 그림을 시작했다보니 누군가에게 내가 그리는 방법을 정식으로 알려준다는 사실이 늘 부담스럽게 여겨졌다. 특히나 비용을 받고 커리큘럼을 정식으로 짜서 백지상태의 누군갈 인도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나로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오래 전부터 여러 루트로 수업 제안을 받았지만 고민해보겠다는 말만 하고 죄송하게도 일이 제대로 진행된 적은 없었다. 물론 수업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과 학생들의 성장에서 느껴질 보람에 대해 늘 궁금했지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초 강릉문화재단 측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비용은 나라에서 지원을 하니 강릉 시민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해보라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림 그리기 수업이라기보단 ‘인문수업’인데 나는 그림과 이야기를 엮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수업료를 학생으로부터 걷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고 (물론 학생들의 시간도 비용이지만…) 이것저것 강사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사업의 취지였기 때문에 시작을 할 수 있었다. 



강릉문화재단 사이트에 올라간 학생 모집 공고 포스터


 전부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자기 이야기를 글이나 그림으로 창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오그라든다-‘ ,’진지병’등… 여러 비아냥으로 우리 감각을 둔화시키고 굼뜨게 만드는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 환경 속에 있는 사람들은 더 그러기가 힘들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해나갈 때 우리 삶의 환경이 더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어쨌거나 그런 넓은 의미의 수업이었기에 걱정과 동시에 설렘이 있었다. 수업 제목은 ‘아이패드로 나만의 이야기 그리기’였다. 매주 화, 목요일 수업을 진행했고 총 12명의 학생과 함께 했다. 평소 아내와 즐겨가서 먹던 강릉 유명 레스토랑의 쉐프님부터 밤낮으로 학교, 학원을 오가며 공부를 하는 열다섯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과 신분의 학생들이 바쁜 와중에 수업 참여를 해주었다.
 
  첫째, 둘째 달에는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 이후로는 각자 이야기와 사진 자료를 하나씩 준비해서 발표를 하고 그림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창작에는 정답이 없다고 믿는 나로선 학생의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지도 해야할지가 참 어려웠다. 내 의견과 취향이 학생의 개성보다 앞서가지 않길 바랬다보니 자연스레 방관의 자세를 취하게 되는 듯 하여 학생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 입장에선 어릴 때부터 그런 비주입식? 방관형? 선생님들을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깨 넘어로 작업을 지켜보다가 타이밍을 봐서 적절한 내 의견을 첨언하는 수준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유난히 실제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집중하는 학생, 나로선 흉내도 낼 수 없는 초현실적이고 컬러풀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등 정말 다양한 학생들의 취향과 개성을 보며 삶을 보는 관점은 실로 다양하구나-하고 깨달았다. 놀라운 사실은 그림 만큼이나 글쓰기 또한 저마다 다양한 빛과 색을 띈다는 점이었다. 가벼운 일상 속 이야기, 가족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 이별을 처음 겪었던 20대의 기억까지 솔직하고 마음을 동요시키는 글들에 감동해 나도 모르게 절로 박수를 친 적이 많았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탁월한 감성과 재능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무척 근사하게 여겨졌다. 잘 써내려가기만 하면 우리 개개인의 인생이 모두 한 편의 소설이 된다-는 누군가의 명언을 진정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중간 코로나의 여파로 한 달 가까이 수업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다행이 수업은 재개되어 어제를 끝으로 5개월간의 대장정이 잘 마무리가 됐다. 스스로의 능력부족으로 인해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첫수업이었다. 혼자 보기 아까운 학생들의 그림을 조금 공유한다. 대부분 그림을 그려본적이 없거나 아이패드를 처음 사용해보는 학생들이었다. 



* 부족한 수업에 잘 따라와준 학생분들과 수업 진행에 도움을 주신 강릉문화재단 직원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림의 배경은 모두 강릉의 어딘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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