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어주기
"아빠, 나 봐봐~" 쪼르르 책을 가져온다. 읽어달란 얘기다. 어쩜, 영어 동화네. 딱 펼치니,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적힌 대로 읊어줬다. 잠자코 듣더니, 썰을 푼다. "그러니까 욕심쟁이 나뭇꾼이 거짓말을 했어. 그러다가 코가 길어졌어. 피노키오처럼 이렇게. 그치?"
어라, 스토리를 그렇게 비빌 수도 있구나. 그게 훨씬 까리뽕삼하네. 한결 권선징악적이다. 유치원 관둔 다섯 살 인생, 요즘 한창 구라가 풍년이다. 쫑알쫑알 모노드라마 찍는 연기쟁이. 책에 적힌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읽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지가 하고픈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책을 들이민다.
이 녀석이 하는 이야기, 좀 더 자주 들어봐야겠다. 세헤라자데의 천일야화에 푹 빠진 술탄의 심정으로. 잘 듣고 적어두면 동화계의 임성한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