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인터뷰
전공의 시절, 가슴팍을 물린 적이 있다. 내 멱살 잡고 육두문자 퍼붓던 보호자에게. 그날 밤, 응급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경찰이 출동했고, 증인 자격으로 난생처음 법정에도 섰다. 막무가내로 언성 높이며 응급 중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한 그들은 응분의 대가를 치뤄야 했다.
전문의가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얼마 전, 농약 먹은 중년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왔었다. 갑자기 숨을 안 쉬길래 기관 삽관. 동시에 심박동도 사라져 곧장 심폐소생술에 돌입했다. 이대로 보낼 순 없어 사력을 다하는데, 환자 동생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오빠 잘못되면, 너 이 새끼 가만 안 놔둘 거야!"
'욕 먹는다'는 말은, 의사들에겐 '밥 먹는다'와 동의어다. 욕이 밥이니 힘이 더 생겼다. 오기 충만한 20여 분의 사투 끝에 맥박을 되살렸다. 환자를 중환자실로 올려보내며, 안도의 한숨 내뱉는 내게 아까 그 보호자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육두문자가 감사 인사로 돌변하는 순간의 짜릿함을 '보람'이라 명명하고 오늘도 3D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내게 취재진이 찾아왔다. 최근에 타 병원에서 또 터진 응급실 의료진 폭행 사건 관련 인터뷰. 평소에 품었던 생각들 덤덤하게 털어놨다.
<세상의 모든 철학> 낭독 모임 중이라 정작 본방을 살피지 못했는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과연 방송의 힘이란... 아무쪼록 이런 뉴스가 다시는 이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를 위한 최선의 안전장치가 제도적으로 조속히 마련되길 간절히 열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