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모사원 탐방기.

by 하일우


할리우드로드 따라 내려가다 잠시 멈췄다. 놀이터에 딸내미 풀어놓고 산책 중인 견공들처럼 킁킁! 바람결에 향내음이 실려있다. 건너편 바라보니 웬 사찰이 허름하게 손짓한다. 여기가 혹시 거긴가. 수정체 조절해 현판 줌인. 文武廟(문무묘). 맞네! 영국 식민지 초기 1847년에 지어졌다는 만모사원이다. 후진하다 쥐 잡은 소처럼 찾아낸 셩완의 명소를 소걸음으로 둘러본다.

3개로 나뉜 사원의 맨 왼쪽, 가장 큰 방이 文德武功雙帝祀(문덕무공쌍제사). 문덕과 무공을 함께 기리는 성소다. 중앙엔 붓과 칼로 상징되는 두 신성, 문창제군(文昌帝君)과 관성제군(關聖帝君)이 모셔져 있다. 북두칠성 제6의 멤버, 문창성은 지혜의 별. 학문을 돕는다. 붓을 든 문창제군의 손을 만지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그러나 고시생 김씨는 만지지 않았다. 역시 근자감 쩐다.

정의의 화신, 관운장(關雲長)과의 만남은 올해로 두 번째. 타이베이 행천궁(行天宮)에서 알현했을 때보단 한결 소박하시다. 한 청년이 새끼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신단에 올리고 정성을 다해 치성(致誠)을 드리고 있다. 무엇을 간절히 빌고 있을까. 칼을 쥔 관성제군의 손을 만지면 돈이 붙는단다. 허나 나 또한 만지지 않았다. 근자감은 전염된다. 부창부수(婦唱夫隨).



그 대신, 오직 의리 하나로 천상의 병마대권(兵馬大權)을 맡아 성제군(聖帝君)의 반열까지 오른 일개 장수의 일심을 묵상했다. 추상 같은 절개와 태양처럼 뜨거운 충의(忠義)가 전염되길 바라며. 더불어 삿됨을 제하고 모든 마(魔)를 끌러 안정케 하는 대차력주(大借力呪), 운장주(雲長呪)를 나직이 읊조렸다. (검은 사제들이 이 운장주를 알았더라면, 그들의 구마의식이 한결 수월했을 것이다.)

天下英雄關雲長 依幕處 謹請天地八位諸將
천하영웅관운장 의막처 근청천지팔위제장
六丁六甲 六丙六乙 所率諸將 一別屛營邪鬼
육정육갑 육병육을 소솔제장 일별병영사귀
唵唵急急 如律令 娑婆訶
엄엄급급 여율령 사파하

살고 죽기는 시왕전(十王殿)에 달렸다지. 염라대왕을 위시한 명부시왕(冥府十王)께도 조신하게 인사. '뭇별의 어머니'라는 두모원군(斗姆元君)과 을미태세양현대장군(乙未太歲楊賢大將軍)과도 첫인사 나눴다. 을미년 한해 무사히, 유종의 미 거둘 수 있기를 염원하며.



나그네 발걸음을 도교 사원으로 이끌었던 삐끼들의 정체는 천장을 가득 메운 선향(旋稥)들이었다. 특대 사이즈 모기향이랄까. 나선형으로 소용돌이치며 파르르 사그라진다. 참배객들 소원을 싣고 하늘로 올라간다. 진하다 못해 메케한 향에 휘감긴 채 만모사원을 빠져나오며 제단에 새겨진 한 문장 되새긴다.



一念之善(일념지선), 天必佑之(천필우지).

일념으로 선함에 머물면, 하늘이 반드시 돕는다.
하늘이 도울 때까지 일심으로 전진, 또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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