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 내한공연
예전보다 훨씬 짱짱해졌다고 아내가 평한 <캣츠>가 새삼 일깨워준 팩트 하나. 고양이는 강아지가 아니다! 여자가 남자일 수 없듯, 화성인이 금성인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 길냥이들에게 야식 보시할 때, 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할 듯하다.
김 원장에게 다가와 부채질 서비스 받던 고양이도 인상적이었으나, 가장 묵직한 존재감을 내게 뿜어낸 이는 브래드 리틀이 연기한 '올드 듀터로노미'다. 젤리클 고양이들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남들 쉬는 인터미션 동안 우두커니 무대 중앙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면 지나간 밤은 추억으로 남겨지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겠지.' 귀에 익어 식상할 수도 있는 <Memory>를 백일 금주 마지막 날에, 작정하고 시작한 기도가 1,600일째로 접어드는 날에 들으면 감이 확 다르다. 폐타이어에 올라 런던의 러셀 호텔을 넘어 별천지로 떠나는 그리자벨라 심정에 온전히 동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