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와 정력 맥주

청주 야행, 밤드리 노니다가

by 하일우



병원 빠져나오면 늘 거니는 길목이 시끌시끌하다. '청주 야행, 밤드리 노니다가' 행사가 한창이다. 청주 시민들이 이렇게 많았나. 인파에 휩싸여 여기저기 기웃기웃. 먹을거리, 볼거리가 제법 풍성하다.


꽃신 속의 바다. "풀냄새 풍겨오는 추억의 나라~"

수제 스타우트 한 컵 쥐고 라이브 공연에 귀 기울이다 발을 들인 곳은 '우리예능원'. 일본과 서양 건축양식이 짬뽕된 근대문화유산이다.


마림바와 그의 사촌들. 음색들이 영롱하다.
과학상자 헬리콥터.

마림바와 그 이웃사촌들(실로폰 등)의 발음 및 억양 차이를 행사 관계자의 시연으로 확인한다. 거기서 현대문화유산과 뜻밖에 조우. '과학상자'라니, 이게 얼마 만인가.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다니, 너도 참 불쌍타.

세계 맥주 부스에서 일시정지. 맥주병에 달린 별명을 훑는다. 경리단길 <댄디핑크>에서 양꼬치, 새우꼬치에 곁들여 즐겨 마시던 올드 라스푸틴. 졸지에 '최순실 맥주'가 됐네. 작년 10월 말 뉴욕타임즈 보도 덕분이다.


순실이 옆엔 '정력 맥주'가 똭! 마시면 스태미나가 증진된다는 리베스 맥주다. 창업주가 반나체 차림으로 맥주를 손수 휘저어 만든 후부터 그랬다나 어쨌다나. 동방예의지국의 심의 때문에 건전하게 변경됐다며, 독일 현지의 후끈한 라벨까지 굳이 검색해서 보여주신다(사장님의 과도한 친절, 그저 고맙습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인간의 본능.

속담을 그림으로 그려내 퀴즈까지 푸는 공간을 빠져나와 초상화 무리에 합류한다. 내 뒤에서 딱 마감. 나이스 타이밍. 잠시 기다리니 내 차례다. 간단하게 그리겠다는 화가분. 몇 차례 날 째려보며 입을 쭈뼛 내민다.


초상화 선생님의 초상화는 제가 그려 드려...

뜨거운 물 부은 컵라면이 꼬들꼬들하게 익을만한 시간이 흐르고 초상화가 따끈하게 완성된다. 엽서 박힌 내 모습은 어떨까. 두구두구두구두구 개봉. 엥, 근데 누구신지... 혹시 제 뒤에 계신 분 그리셨나요?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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