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멈추는 날

사체검안서와 윤종신의 '나이'

by 하일우

어제 퇴근길에 우연히 들었다. 윤종신의 <나이>.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할까 봐.' 이 대목에 유난히 사로잡혔다. 오늘 아침, 다시 그 노래를 떠올렸다. 출근하자마자 맞이한 DOA(Dead On Arrival, 도착 당시 이미 사망) 할머니 때문이다. 정유년 추분에 나이가 멈추는 운명이셨나 보다. 지천명 앞둔 가객도 이렇게 읊는다. '세월한테 배우는 거, 결국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거.'


윤종신, 나이


萬事分已定만사분이정, 浮生空自忙부생공자망. 명심보감明心寶鑑 순명順命편이 품고 있는 공자의 일갈이다. '만사의 분수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덧없는 사람들이 바삐 날뛰느니라.' 그래놓고 정작 공자 당신이 그 누구보다 바쁘게 날뛰셨더라. 앉은 자리에 온기 남길 겨를 없이, '상갓집 개'라는 조롱을 감내하면서. 지난한 고군분투가 헛되지 않았기에, 반체제 인사 수괴에서 성인의 반열에까지 올라서신 거겠지.



여러 이유로 바삐 날뛰는 공간에서 사체검안서를 채운다. 노환에 의한 병사. 마지막 말 남긴 바 없으신 모양인데, 연세가 모든 걸 말해준다. 향년 105세.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동족상잔을 겪고, 419 혁명과 516 쿠데타,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세월호 참사와 촛불혁명까지 지켜봤을 인생. 장수하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함자도 한몫 단단히 했으리라 믿는다. 한 세기 넘게 '아기'로 살다 가신 어르신의 명복을 비나이다.




1. 아기 안다가 '뚝' 소리 났다는 여인의 요통도 얼른 낫길.
2. 코로 들어간 철근에 뇌출혈까지 생긴 아저씨도 조속히 쾌유하길.
3. 바야흐로 벌초 시즌. 벌에 쏘인 분들이 줄줄이 찾아오신다. 다들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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