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손금 분석
요 며칠 집을 손봤다. 쉬엄쉬엄 줄기차게(정리에 몰입하다 미리 잡아둔 기차를 놓칠 정도였다). 덕분에 침실과 서재가 본연의 해맑은 자태를 회복했다. 거실도 이제서야 아우라를 뿜는다.
환골탈태한 울산 아지트를 벗어나 휘리릭 청주행. 오랜만에 수곡동으로 향한다. 신 선생님과 3년 만에 재회하였다(취직 한 달 전에 들렀었는데, 퇴사 직후에 찾아뵙는구나). 이제 내 손을 볼 차례다.
손바닥에 금을 그으시며 찬찬히 살피시던 수상학 고수께서 입을 떼신다. “생각 많은 건 여전하네요. 언제 어디서나 겸손하세요. 그러면 무탈하실 겁니다. 올해는 안식년이네요. 이참에 재충전 충분히 해두세요. 무술년 하반기 혹은 내년 봄에 일을 재개하실 거예요. 37세에 도약했듯이, 47세와 57세 67세에 인생이 껑충 업그레이드 됩니다.”
두 시간 가까이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차분한 어조로 조목조목 상세히 풀어주셨다. 꽉 막힌 길이 펑 뚫린 듯 무척 후련하다. 숨을 거두는 시점까지, 전 생애를 조망하고 지금을 되짚으니 마음이 한결 평온해진다.
손은 수정 후 38일이 지나면 생겨난다. 임신 3개월이 지나면 뇌가 다듬어진다. 손이 뇌를 앞선다. 손이 뇌를 만든다. 손은 드러난 뇌다. 뇌의 지도를 따라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으련다. 나아가 지도 밖으로 행군할 테다.

신인도 고수께선 아들 하나, 딸 하나가 내 양손 새끼손가락에 서려 있다고 덧붙이셨다. 때가 차올랐고, 기운도 무르익었다. 올 여름에 씨를 뿌려 내년에 돼지띠 남동생을 조안이 품에 안겨줄 생각이다. 오랜 염원이 영원한 결실로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