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환단학회
환단학회 마치고 박물관 둘러본다. 로비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의 생애를 더듬는다. 과로로 서른 셋에 요절할 때까지 오직 어린이를 위해 헌신하신 분의 말과 글을 곱씹는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 누르지 말자. 삼십 년 사십 년 뒤진 옛 사람이 삼십 년 사십 년 앞 사람을 잡아 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받쳐서만, 그들 뒤를 따라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워질 수가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브랜딩 전문가 이장우 박사의 이야기가 맞물려 떠오른다. 그는 우리가 통과하는 이 시대의 핵심 역량을 4C로 압축한다. Curious(호기심), Contents(컨텐츠), Coding(코딩), Connect(연결). 이어 단호히 일갈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두 가지 종류의 나이만 있다. 30세 미만과 30세 이상이다. 33살이나 66살이나 별 차이가 없다. 10대와 20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이다.”
앞 사람 겨냥한 최초의 잡지, <어린이> 창간호에 소파 선생은 이렇게 쓴다. ‘교훈담이나 수양담은 학교에서 만히 듣는 고로 여기서는 그냥 자미있게 일고 놀자. 그러는 동안에 제절로 깨끗하고 착한 마음이 자라가게 하자.’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따오기 등 지금까지 불리는 숱한 동요가 <어린이>를 통해 배출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일본 노래와 어른들의 민요만 판치던 세상에 어린이 감정 담은 동요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뻗어 나가는 힘! 뛰노는 생명의 힘! 그것이 어린이다. 온 인류의 진화와 향상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기쁨이 몸과 생각과 기운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꿈적거리는 것(活動)’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속생각의 활동을 더욱 도와주기 위해 동화며 동요며 그림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문화연구단체 색동회까지 창립한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아이의 기쁨과 활동을 누누이 강조한다.
전 세계 청춘들을 방방 뛰놀게 만든 방탄소년단의 대부가 방씨인 것이 새삼 상서롭게 읽힌다. 천도교 수장 손병희의 사위였던 ‘일제강점기의 방시혁’께선 어린이에게서 한울님을 읽어낸다.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치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에 생각 해오던 한울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만 가지가 있느냐.’
화사한 5월에 휴일 하나 늘려주신 분께선 한울님 모시는 꿀팁까지 디테일하게 남긴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 산보와 원족遠足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 주시오. 대우주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삼십 년 뒤진 옛 사람의 무딘 손가락 끌어다 피아노 반주 도우미로 써먹는 울산의 한울님을 떠올린다. 장마와 폭염이 물러가고 나면 태화강변 산보라도 자주 하련다. 소소한 원족도 수시로 추진해보자. 모친 닮아 기쁘게 꿈적거리는 대우주 뇌신경의 말초를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