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특강

한국여성수련원

by 하일우
밤길 달려 정동진 당도. 강의 전에 썬크루즈 호텔에서 흡족하게 충전.
산 중턱에 배 한 척이 똭.

입동立冬은 강릉에서 맞이했습니다. 탁 트인 동해가 나그네 압도하는 한국여성수련원에 난생처음 들렀네요. 태백시청 민원 담당 공무원 선생님들 모시고 어쭙잖게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부탁받은 주제가 ‘스트레스 관리와 컨디션 조절’이었는데요. 자료 준비하면서 제가 스트레스를 제법 받았습니다(누가 누구의 머리를 깎는단 말입니까).


지금보다 혈기가 더 방장하던 시절엔 저도 ‘민원 유발자’.
자칭, 하민원.

그래도 덕분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의 파편들 끌어모아 모자이크 퍼즐 하나 완성했네요. 구슬 꿰어 만든 보배를 좌중 모두가 눈빛 반짝이며 경청해주셨습니다. 점심 직후라 꾸벅꾸벅 졸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을 텐데 말이죠. 고군분투 강사의 스트레스 관리엔 추임새 좋은 귀명창 청중이 특효입니다.


불혹 언저리에 당도하니 자연스레 친절 직원 되더군요.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마치는 속사포 스킬 시전하고 홀가분하게 강의실 빠져나왔습니다. 묵묵히 행사 챙기신 오랜 지인께 여쭈었습니다. 어쩌다 저한테 강의 의뢰를 하셨냐고. 당신 꿈에 제가 나와서 혹시나 싶어 연락을 하셨답니다. 불현듯 김연수 작가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불혹이라는 것도 그런 것일지도 ‘혹시나’가 없는 삶일지도.”


썬크루즈 호텔의 ‘축복의 손’. 제 강의가 이런 손길이었길.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일수록 ‘혹시나’는 시나브로 사그라듭니다. 그래서 시들시들 삶이 시시해지는데요. 불혹 이후의 스트레스엔 유혹이 보약일 수 있겠습니다. 제가 몹시 흠모하는 철학자 화이트헤드께서도 ‘느낌에의 유혹(The lure for feeling)’을 강조하셨더랬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면, 뜻밖의 공간에서의 뜻깊은 시간을 저도 누리지 못했을 겁니다.


호텔 연못의 싱싱한 용궁 식구들 보며 동전 던지기 시도.


수련원 빠져나와 옥계 해변 달리니 퀸의 노래가 절로 흘러나옵니다. “Don't stop me now. I'm having such a good time. If you wanna have a good time, just give me a 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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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밑반찬.

뒤풀이는 초당동에서 진행했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도 소개된 식당에서 낙지순두부찌개 빨아들였네요.


스트레스 해소에 일조하는 진국.


이름값 하는 요리, 흡족하게 음미하였습니다. 강릉에 또 와야 할 이유를 찾은 느낌입니다.


식당 주차장의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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