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와 고등학생

대한사랑 역사특강, 충북고와 청산고

by 하일우


충북고에 왔습니다. 2년 만에 다시 강의 요청이 들어왔네요. ‘불수능’ 마친(혹은 망친) 3학년 학생들 300여 명과 다소 삭막한 강당에서 대면하였습니다. 시커먼 패딩 점퍼 장정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는 ‘동북아 역사 전쟁과 다시 찾는 우리 역사’.



중국의 동북공정 만행과 일본의 독도 망언 등을 씹고, 한사군과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뜯고, 신화로 압축된 역사의 진실을 맛보고, 웅혼한 진실 속에서 웅장한 지혜를 끄집어내 즐겼습니다.



뿌리가 튼실해야 어떠한 풍파에도 휘둘리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제주 돌오름 둘레길에서 마주했던, 태풍에 쓰러진 나무 사진을 투척하였습니다(화산섬 제주의 나무들 뿌리는 얕게 옆으로 퍼지는, 일명 판근板根 양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배달 겨레의 백절불굴 낭도郎徒 정신을 일깨우고자 6전7기의 <오늘부터 우리는> 공연 동영상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였네요. 빗줄기에 미끄러져 꽈당 자빠지던 여자친구 멤버들처럼 강의 중간중간에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지만, 능글능글 태연하게 위기를 모면하였습니다.


제 강의 덕분에 여자친구 팬이 늡니다. 특강의 순기능!

청중이 모두 XY인데 무려 고등학생이고, 큰 시험까지 끝마친 경우라면 솔직히 큰 호응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리액션에 인색한 강적들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교무실에서 잠시 숨 고르는데 한 학생이 쪼르르 다가와서 꾸벅 인사를 하더군요.



역사 선생님이 되어 바른 역사를 알리고 싶은데, 제 강의 자료를 챙겨가서 더 공부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듣던 중 방가방가 사운드! PPT 파일 넘기고, 앞으로도 꾸준히 노른자 정보 전수해주기로 약속하였습니다.



특강 성료에 힘 보태준 대한사랑 동지들과 뒤풀이하며 학생들이 작성한 설문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진중한 경청의 흔적들이 꽤 많이 포착되더군요. 각성된 슬픔과 정의로운 분노와 건강한 의문 등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완벽한 강의를 지향합니다.

매년 만나는 단골 답변(“설민석 선생님, 강의 잘 들었습니다.”)이 올해는 없었지만, 설문지 뒷면에 고대 동북아 지도를 그려낸 괴짜는 있었습니다.


설문지 뒷면에 지도 완성. 크게 될 학생입니다.

포근하게 반겨주시고, 세심하게 보좌해주신 충북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성원에 힘입어 내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올해 만난 학생들 모두 원하는 곳으로 무사히 나아가길 더불어 염원합니다. 그대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대로 자랑찬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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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세를 몰아 옥천에도 갔습니다. <성광집>에서 얼큰한 생선국수 빨아들이고, 청산고로 빨려 들어갔어요.



전교생 모인 강당에서 한층 가다듬어진 강의 풀어냈습니다. 남녀공학이라 그런가. 현장의 반응이 한결 고무적이더군요.



제 염통의 불씨가 학생들 눈빛으로 번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단법인 대한사랑에 가입하여 가열차게 활동하고 싶다는 청소년들도 발굴했네요.


학생들 호응에 발맞춰 역사탐방이 착착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모든 게 역사에 관심 많으신 송 교장 선생님 이하 교직원들께서 적극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역사 광복’의 보람찬 행보는 엄동설한에도 훈훈하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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