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후쿠오카 당일치기. 아침에 김해에서 날아오르면, 텐진에서 브런치 즐길 수 있습니다. 백화점 식당가 살피다 5대째 이어온 우동 가게에 들어갔어요.
선대 어르신들이 쓰셨던 그릇들을 줄줄이 모셔둔 모습에 신뢰 어린 미소 머금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안에 고기 및 어묵 우동을 빨아들이고, 기린 생맥주를 홀짝였습니다. 퍼커셔니스트처럼 배 두드리며 우동집을 빠져나오니 세상이 조금 바뀐 듯하더군요. 이대로 쭉 번창하길 염원하였습니다. 언젠가 제 5대손도 맛볼 수 있도록.
허기 달래줄 간식으로는 자쿠자쿠 크로칸슈가 합당합니다. 이름 그대로, 바삭바삭하네요. 자꾸자꾸 거머쥐고픈 맛입니다. 이 경쾌한 식감이 우리나라에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네요.
도심에 노을이 내려앉을 무렵, 퇴근하듯 한국으로 돌아가며 김영하 작가가 밝힌 ‘여행의 이유’를 바삭하게 곱씹습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그는 말합니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습니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키죠. ‘시간 거지’라 길게 짬을 내진 못하지만, 이렇게 당일치기 나들이로나마 역마살 풉니다. 더불어 당면한 현실을 뚫고 갈 연료를 채웁니다. 이제 다시 가열차게 부르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