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일우 Jun 14. 2019

겸손의 성류굴

feat. 후포항 등기산 스카이워크


아주 어릴 때 여기 들렀던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큰 기대 없이 성류굴聖留窟 찾아갔어요.
쇠락한 관광지는 한적했습니다.

(역변한) 아기 공룡 둘리와 마귀 할멈.                                              이름따라 종유석 관상이 규정됩니다.

비번인 해설사께서 저희 앞에 계셨는데요.
어디서도 못 들을 이야기를 마구 방출하셨습니다.


‘香徒’. 향은 선명한데, 도는 좀 지워졌네요. 김유신이 이끈 화랑도 집단이 ‘용화향도(龍華香徒)'였죠.

신라의 화랑들이 소를 잡아 천제 지내던 곳에
새겨진 ‘香徒’를 손전등으로 찾아주셨고,
진흥왕께서 서기 560년에 성류굴에 행차하셨다는
최근의 발굴 성과까지 알려주셨어요.


알려주셔서 들러봤습니다. 후포리 스카이워크.
팔공산 버금가는 후포 갓바위에서 소원도 빌었고요.

울산 내려가는 길에 후포리 등기산에 들러
스카이워크 꼭 걸어보라는 꿀팁까지
찔러주시고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발 아래 바다 바라보면 다리가 후덜덜.

등장하실 때와 마찬가지로 도깨비처럼.


거인이 되어 스카이워크 건드려봤네요. 엄빠의 제작 과정을 딸내미가 도촬해주었습니다.

안전모 안 쓰고 굴 누비다간
최소 뇌진탕 각오해야 합니다.


각기춤 자세로 해설사 따라잡기.

1년에 0.4mm씩 자라나
무려 2억 5천만 년의 춘추를 뽐내는
성류굴 종유석에 머리 제대로 부딪히면,
미련 많아 미련한 인생
느닷없이 종칠 수도 있겠습니다.


성모 마리아도 계시고 법당도 마련되어 있네요.

허리 굽히고, 고개 숙여야
아무 탈 없이 여기저기 통과할 수 있고요.
출구를 빠져나올 땐, 납짝 엎드려야 합니다.


지진으로 갈라진 석주. 여기에 통일의 염원을 담았네요.

주역 15번째 괘, 지산겸地山謙
미덕을 체득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험하고 좁은 관문을 뚫고 가야 할 땐,
절대 고개 쳐들면 안 되겠지요.


겸손해야 만사형통! 성류굴이 일깨워준 성스런 진리입니다.

골프의 제일 원칙과 마찬가지로.



將驕者는 敗니 見機而作하라.
장수된 자 교만하면 패하리니
기틀을 보고 일을 지으라.

道典 8:89:2
체력이 좋아야 여행도 즐기죠. 여행으로 열정 충전!
작가의 이전글 인생락재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