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후포항 등기산 스카이워크
큰 기대 없이 성류굴聖留窟 찾아갔어요.
쇠락한 관광지는 한적했습니다.
비번인 해설사께서 저희 앞에 계셨는데요.
어디서도 못 들을 이야기를 마구 방출하셨습니다.
신라의 화랑들이 소를 잡아 천제 지내던 곳에
새겨진 ‘香徒’를 손전등으로 찾아주셨고,
진흥왕께서 서기 560년에 성류굴에 행차하셨다는
최근의 발굴 성과까지 알려주셨어요.
울산 내려가는 길에 후포리 등기산에 들러
스카이워크 꼭 걸어보라는 꿀팁까지
찔러주시고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등장하실 때와 마찬가지로 도깨비처럼.
안전모 안 쓰고 굴 누비다간
최소 뇌진탕 각오해야 합니다.
1년에 0.4mm씩 자라나
무려 2억 5천만 년의 춘추를 뽐내는
성류굴 종유석에 머리 제대로 부딪히면,
미련 많아 미련한 인생
느닷없이 종칠 수도 있겠습니다.
허리 굽히고, 고개 숙여야
아무 탈 없이 여기저기 통과할 수 있고요.
출구를 빠져나올 땐, 납짝 엎드려야 합니다.
주역 15번째 괘, 지산겸地山謙의
미덕을 체득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험하고 좁은 관문을 뚫고 가야 할 땐,
절대 고개 쳐들면 안 되겠지요.
골프의 제일 원칙과 마찬가지로.
將驕者는 敗니 見機而作하라.
장수된 자 교만하면 패하리니
기틀을 보고 일을 지으라.
道典 8: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