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호수공원 나들이
불금 ER을 사수하고 아침에 귀가하여 토요일 진료 마친 가장과 재회합니다. 집에서 뭉개기엔 아까운 오후. 가장이 차에 시동을 겁니다. 시내를 스치며 휘리릭 당도한 곳은 한 호숫가. 나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여길 이제서야 와보네요.
선암호수공원엔 우리와 목적이 같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오갑니다. 느긋하게 거닐며 호수의 대어와 오리 등을 관조합니다. 체육대회와 노래자랑이 한창인 공터 옆 야산까지 더듬습니다.
세로토닌 분출에 일조한다는 비탈길 오르기 끝에 야트막한 동산을 밟습니다. 뜻밖에 사찰과 성당이 일행을 반기네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절과 기도방이랍니다. 조안이 몸집에 안성맞춤. 차례로 들러 정좌하고, 두 손 모아 봅니다. 집중과 몰입이 잘 되네요. 아늑한 케렌시아(Querencia)로 삼을만한 곳입니다.
내실 없이 몸집만 불리는 교회와 사찰들이 즐비한 요즘, 이런 소박한 성소가 참으로 소중하네요. 드라마 <보좌관>의 대사 한 토막을 소박하게 곱씹습니다.
“너무 욕심 내지 말어. 숟가락이 크면 입이 찢어지는 법이야.”
송희섭 의원, <보좌관> 8회 중
행운을 상징한다는 두꺼비와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거북이와 칭찬에 춤춘다는 돌고래 등에 올라타는 하조안을 찰칵찰칵 관조합니다.
공기에 실린 흥겨운 가락을 흥얼흥얼 코로 빨아들이는 딸이, 입이 찢어지게 웃는 나날 이어나가길 열망합니다.
선천은 위엄으로 살았으나
후천세상에는 웃음으로 살게 하리라.
道典 2: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