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부건 Jan 01. 2020

2020년 첫 단추

2019년 마무리와 2020년 시작을 응급실에서 하게 됐다고 누군가에게 말했더니, 측은지심 가득 실린 어조로 물으시네요. 어쩌다 다쳤냐고, 어디가 아프냐고.


2012년 1월 1일 11시 55분에 출시된 조안.

어딘가 아픈 이들을 ER에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잠이 좀 고플 뿐입니다. 아내는 진통 걸린 산모를 맞이하여 하조안과 생일 같은 우량아를 엄마 품에 안겨주었답니다.


4살 생일 파티 당시의 하조안과 부산 광복동 거리의 화가가 그려준 초상화.

전 새해 아침에 자택에서 쓰러진 어르신 심폐소생술로 2020년 첫날을 열었습니다. CPR 후에도 어르신은 묵묵부답. 아침 8시 30분에 사망선고를 했네요.


오늘 아침 동해 일출이랍니다. 지인이 보내주네요.

3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셨으나 병원 나들이는 거부하셨던 고인의 폐 사진은 심히 창백하였습니다. 유언도 없이 황급히 떠난 부친을 붙잡고 오열하는 따님들 얼굴엔 황망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망진단서를 끼적이고, 고인을 장례식장으로 보냈습니다.


하조안이 도장 칠판에 그린 엄마와 아빠. 딸 생일에 엄빠 열일.

새해 첫날, 아내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생명을 받아내리고, 전 지상에서 천상으로 생명을 떠나보냈네요.


갓 9살 된 하 화백의 생일 기념 작품 활동. 자화상, ‘우주에 있는’ 태양의 여신!

생의 시작과 끝을 묵상하며 2020년 첫 단추 끼웁니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다들 무탈하소서.



더불어 아무리 써도 돈이 쌓이는 경자년 되소서.



生由於死하고 死由於生하니라.

​삶은 죽음으로부터 말미암고
죽음은 삶으로부터 말미암느니라.

道典 4:117:13
잠시 숨 고르며 응급실 구석에서 곱창전골 중식. 전골 속 떡으로 설날 떡국을 대체합니다.


“그래, 꽃길은 사실 비포장도로야.”
<멜로가 체질> 5회 대사 중


작가의 이전글 자기 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