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무리와 2020년 시작을 응급실에서 하게 됐다고 누군가에게 말했더니, 측은지심 가득 실린 어조로 물으시네요. 어쩌다 다쳤냐고, 어디가 아프냐고.
어딘가 아픈 이들을 ER에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잠이 좀 고플 뿐입니다. 아내는 진통 걸린 산모를 맞이하여 하조안과 생일 같은 우량아를 엄마 품에 안겨주었답니다.
전 새해 아침에 자택에서 쓰러진 어르신 심폐소생술로 2020년 첫날을 열었습니다. CPR 후에도 어르신은 묵묵부답. 아침 8시 30분에 사망선고를 했네요.
3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셨으나 병원 나들이는 거부하셨던 고인의 폐 사진은 심히 창백하였습니다. 유언도 없이 황급히 떠난 부친을 붙잡고 오열하는 따님들 얼굴엔 황망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망진단서를 끼적이고, 고인을 장례식장으로 보냈습니다.
새해 첫날, 아내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생명을 받아내리고, 전 지상에서 천상으로 생명을 떠나보냈네요.
생의 시작과 끝을 묵상하며 2020년 첫 단추 끼웁니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다들 무탈하소서.
더불어 아무리 써도 돈이 쌓이는 경자년 되소서.
生由於死하고 死由於生하니라.
삶은 죽음으로부터 말미암고
죽음은 삶으로부터 말미암느니라.
道典 4:117:13
“그래, 꽃길은 사실 비포장도로야.”
<멜로가 체질> 5회 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