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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건 Mar 30. 2020

주유야근晝遊夜勤

작천정 벚꽃길과 초심


작천정 벚꽃길 거닐며
포근한 봄기운을
폐포에 듬뿍 담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극적으로 해야겠지만,
자연과 거리두기엔 너무 자극적인 날이라서요.
눈이 부시게 화창한 날엔 꽃길 좀 걸어줘야 합니다.



불어로 ‘작은 정원’을 뜻하는
<Le Petit Jardin>에서 잠시 숨 고릅니다.
아인슈페너랑 코코넛 라떼 등을
호로록 식도 깊숙이 빨아들여요.



전설의 비틀즈 폴 매카트니의 아내인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작품 아래에서
아내가 제 사진 한 장 남겨줍니다.
작은 정원에서 소확행 만끽하네요.


색안경에 담긴 부모가 그러하듯, 선령先靈께선 후손을 늘 지켜보시고 지켜주십니다.

엄마의 선글라스 낀 조안이
엄빠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하여, 세 식구 다 담긴
가족사진을 완성했네요.


벚꽃길 인근의 <초심>에 들러봅니다.
길고양이들과 순한 견공이
도미노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네요.


A dog, I have always said,
is prose; a cat is a poem.
나는 항상 말한다. 개는 산문이다.
고양이는 시다.
Helen Powers


나그네 손길 꺼리지 않는 녀석들을
쓰담쓰담 두루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음료수 서비스 노리고 음식 영정사진 촬영.

작천정은 식전경食前景.
점심 특선인 보리밥 정식은
돼지 보쌈이 센터를 차지합니다.
각종 나물이 아이돌 군무처럼 둘러싸네요.


해물 파전은 피자스럽습니다. 도우와 토핑이 각자도생.

순두부찌개와 해물파전 곁들여
느긋한 오찬 든든하게 즐기고
대전행 SRT에 몸을 맡깁니다.


으리으리한 금기운과 역마살을 너무 많이 넣어주셨습니다. 하여 아쌀한 불맛을 각별히 아끼고, 동서남북 수시로 천하유력.

오랜만에 출근했더니
당직실에 택배 상자들 잔뜩.
손부터 깨끗하게 씻어봅니다.



대구의 귀인, 이형경 선생이 보내준
‘저스트 바이트’ 하나 물고
마스크 쓰고 응급실 진료 이어갑니다.


신박한 고체 치약.

구강의 청량감이 근무 효율 높이네요.
동고동락하는 ER 식구들에게
나눠줬더니 반응이 훈훈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무도인.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마스크 쓰면서 자신의 구취에
도취, 마취되는 분들께 적극 권합니다.
숨결 케어에 향긋하게 이바지하네요.


코로나 시대의 도박판. 동서양 차이가 인상적입니다. 미국에선 화장지 품귀, 한국에선 마스크 대란.

제가 몸담았던 의대 밴드 얼라이브는
수학과 밴드 서브마린과 끈끈하고 돈독했더랬죠.
그 잠수함의 든든한 무게중심이셨던
박자영 누님께서 귀한 보약을 챙겨주셨습니다.


정겨운 손편지 덕분에 힘 불끈.

대구에서 온 소년원 환자 일행이
대뜸 응급실에 들이닥쳐서 코로나 검사를
요청하는 통에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는데요.



유사나 부스터와 헬스팩을
꿀꺽 삼키고 심기일전합니다.
진솔한 응원이 최전방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덕분에 초심 되살려 심야의 ER 굳건히 지켰네요.
장에 가스가 가득하여 풍선처럼 부푼 청소년과
오토바이 사고로 팔과 갈비뼈 부러진 아저씨와
옆구리 통증 심해진 다낭성 난소 증후군 처자 등을
맞이하여 각자의 고충을 해결해드렸습니다.



끙끙대며 누워있던 분들이

좋아졌다며 벌떡 일어나

병원 떠나는 모습을 볼 때
유쾌, 통쾌, 상쾌합니다.


대관령 비엔나 인형 박물관 앞을 지키는 사나이. 전 ER 지키미.

낮엔 쉬고 밤에 뛰는
주유야근晝遊夜勤 라이프,
꾸준히 쾌적하게 이어갑니다.



오늘도 무사히.
평화를 빕니다.





평화에 일조하는 곡, 야근 전쟁 끝에 들어봅니다.

God will take care of you


당직 마치고 정오에 병원 벗어나
대전의 멘토와 환담 나눴습니다.



출출한 배는 <대성관>의 짬뽕으로 채웠네요.
깔끔하게 매콤한 국물에 밥 한 공기까지 뚝딱.
허우대는 허름한데, 허술함 없는 풍미입니다.


사찰에서 공양하듯 깔끔하게 비웠네요.

멘토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못 갔을 집이네요.
맛집 하나도 이럴진대, 인생 대성에 있어 
스승과 선배의 중요성은 오죽할까요.
가히 절대적이지요. 다시 절감합니다.


그른 놈을 깨우칠 적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한다.
道典 6:63:4



두둑한 배 두드리면 유등천 주변 둘러봤습니다.
대전에도 확진된 벚꽃들이 점점 늘어나네요.
다음 주쯤 절정이겠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절정 향해 점점 다가갑니다.
그때까지 흔들림 없이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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