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을 커터칼로 마구 그은, 예전엔 인대까지 끊어 먹은 적이 있는 처자와 대동맥 박리와 흡사한 증상을 호소해 후다닥 CT부터 찍어본 역류성 식도염 아재, 췌장염 청년과 전형적인 STEMI 어르신 등을 맞이했던 불금 진료 마치고 울산에 건너왔어요.
울산역에서 절 납치한 가장이 요리조리 솜씨를 발휘합니다. 지난 번 새우 라면에 이어 오늘의 테마는 햄버거.
스크램블 에그가 치즈 대자리에 드러누워 아스파라거스 죽부인 끌어안은 형국이네요. 아삭하고 짭짤합니다. 점심 잘 먹으니 정심正心이 저절로 되네요.
요즘 두발자전거와 줄넘기 연습에 매진하는, 요리의 짭짤한 수익성을 감지한 조안이 말합니다. “엄마, 의사 하지 말고 요리사 해라. 맥도날드보다 낫네.”
건강한 햄버거로 배 채우니 기분 좋게 나른해지네요. 고양이처럼 새근새근 낮잠부터 챙기고, 수신제가修身齊家 이어가렵니다.
正心 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마음을 바로 하여야
몸을 닦을 수 있고
집안을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천하를 평안케 할 수 있느니라.
道典 6:122:2
저녁엔 김 셰프가 김밥집을 차렸습니다. 훈제오리와 유부가 합숙하는 꼬마김밥을 마약 소스에 찍어 꿀꺽 삼키니 별미네요.
꼬마 미식가, 하조안이 말합니다. “설탕 발랐어? 왜 이렇게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