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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건 Apr 17. 2020

심장 뛰는 요리

아침 퇴근길에 고영희 씨가 인사하네요. 도로에 박힌 ‘노’는 노동 끝에 노는 일상을 암시합니다.

술김에 아내의 두통약 한 통을 모조리 삼킨 아저씨를 마지막으로 맞이하고 아침에 퇴근했어요. 위세척 해달라고 졸라대는 보호자께 타이밍 지나서 세척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 첸나이 민속박물관, <닥시나치트라>의 신상. DI 환자께서도 와불처럼 숙면하셨습니다.

환히 불 밝힌 ER에서 다들 말똥말똥 눈 뜬 와중에 드르렁 코 골며 홀로 맛있게 주무신 약물 남용 아저씨 덕분에 숙면 대리만족 제대로 했네요.


꿀에 찍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
빨간 토마토와 하얀 치즈 조합은 금화교역金火交易의 상이네요.

언제나처럼 울산역에서 납치되어 마주한 오늘의 사식은 피자입니다. 숨 고르고, 오븐에서 갓 빠져나온 고르곤졸라와 마르게리타 꿀꺽 삼켰네요. 언제나처럼 맛있습니다.


피자 씹고 삼겹살로 입가심합니다. 삼겹살인 척하는 젤리인데, 혀 뽑는 줄.

고복격양鼓腹擊壤 포즈로 소파에 파묻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제대로 정주행합니다(퇴근했는데 다시 출근한 듯한 기분 무엇). 흉부외과 김준완 보며 의석이형 떠올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1화 말미에 자막이 딱 뜨네요. 정의석 교수님의 <심장이 뛴다는 말>에서 에피소드 인용했다고.


정의석 형님은 C 작가님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라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답을 했다. "살아남는 것"
두렵고 무서운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같은 건 어차피 없다.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더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뿐.

심장이 뛴다는 말, 261-262쪽


안타깝게 세상 떠난 철순이형 빈자리 대신하여 우리 ALIVE 4기 드럼 쳐주시던 의석이형 모습이 촤르르 떠오릅니다.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면, 형님이랑 술 한 잔 나누고 싶네요.


뚜레쥬르 바게트가 한몫합니다. 알이즈웰!
라면에 투하됐던 아르헨티나 새우 다시 등장.

이직 앞둔 가장의 요리 연작 덕분에 요즘 부쩍 심장이 뜁니다. 드럼처럼 두구두구두구두구. 얼마 전 만찬의 키워드는 ‘알’이었어요. 알리오 올리오랑 감바스 알 아히요를 가장이 뚝딱 만들어냅니다.


가느다란 면발, 식감 좋네요.
만찬 만들고 남은 재료가 이튿날 조식이 됩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듯이.

남해 독일마을에서 사온 아잉거 브로바이스랑 잘 어울리네요. 엄마 요리 빨아들이며 조안이 외칩니다.


병 디자인처럼, 맛도 깔끔합니다.
독일마을의 쿤스트 라운지에서 맥주 샀어요. 고양이가 신스틸러.
남해 보며 맥주와 안주를 흡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독점.

“처음 만들어본 요리라면서, 이렇게 맛있어? 어떻게 실패가 없어?”


주권자들 장사진. 가장은 새벽에 일어나 한 표 행사했네요.
하조안 어린이는 선거일 아침에 허경영의 전화를 받았답니다.

실패 없는 투표로 고복격양의 세상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살아남는 게 화두가 된 세상을 심장 뛰는 요리 같은 곳으로 요리조리 바꿔줄 의인들이 국회에 많이 모여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두통을 부르는, 미쳐가는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 당신을 응원합니다.



治國安家는 得人也요,
亡國破家는 失人也라.

나라를 잘 다스리고 집안을 평안케 함은
사람을 얻는 데 달려 있고
나라가 망하고 집안을 망침은
사람을 잃는 데 있느니라.       道典 8: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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