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사타나 사원
첸나이(Chennai) 벗어나 두 시간 내달려 ‘칸치푸람’에 당도합니다. 대영제국 그늘에선 컨지버럼(Conjeeveram)이라 불렸답니다.
마드라스 남서쪽 65km 지점, 팔라르 강가에 있는 힌두 사원의 도시입니다. 4~9세기 무렵엔 팔라바 왕조의 수도로 번성했던 곳이에요.
당나라 현장법사(玄奘法師)가 남긴 《대당서역기》에도 이 도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한때 학문의 중심지였으며, 손으로 짠 비단 사리가 생산되는 곳이네요.
힌두교 7대 성지로, 인도 각지에서 순례자가 모여듭니다. ‘동방의 등불’ 나라에서 온 순례자가 찾아든 곳은 카일라사타나 사원(Kailasanathar Temple). 칸치푸람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입니다.
맨발로 둘러보며 현지인의 설명에 귀 기울입니다. 사원 안에는 수십 개의 기도실이 있다네요. 힌두의 신상들이 돋을새김된 성소에 좌정하고 고요히 명상에 들어갑니다.
만병통치의 만트라 나직이 읊으니, 청명한 파장이 아늑한 공간을 싱그럽게 두드리네요. 하이엔드 오디오로 클래식 들을 때의 울림이 유서 깊은 자가격리 시설을 꽉 채웁니다.
한동안 달마 대사처럼 면벽을 하다가 힌두 사원에 찾아온 현지인들과 교감했네요.
소박한 몸짓과 해맑은 미소가 각박한 문명의 때를 벗겨줍니다.
자본주의가 자꾸 부추기는 사욕도 사르르 사그라듭니다.
이 느긋한 안온함을 패닉에 빠진 한국에다 고스란히 퍼나르고 싶네요. 생존이 화두인 시대입니다. 모두 안존(安存)하소서.
이 뒤로는 출입을 폐하고 집을 지키라.
이것은 자옥 도수(自獄度數)니라.
道典 6:44:2
신전 앞 좌판엔 골동품이 즐비합니다.
뱀띠 가장이 좋아할 코브라가 잔뜩 있네요.
봉황 문양 문고리도 있습니다.
여와(女媧) 닮은 장식품도 있네요.
자물쇠 골동품에 향을 꽂으니 색다릅니다.
삿된 기운을 모조리 잠궈버릴 듯하네요.
코로나19가 완전히 봉인되길 염원합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라.
절망하지 말라.
종종 열쇠 꾸러미의
제일 마지막 열쇠가 자물쇠를 연다.
체스터 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