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연습
잘 접은 브롬톤 쥐고 KTX에 올라타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인사동에 잡은 숙소에 막 들어섰는데, 반가운 얼굴이 맞은편에서 등장하네요. 페이스북 친구인 김종규 선생님과 함께 승강기에 올라탔습니다.
우린 체크인, 김 선생님은 체크아웃 하려던 타이밍이었네요. 만날 사람은 꼭 이렇게 만나고 맙니다. 2년 전 응급의학과 춘계학회 때 경주에서 만났을 때처럼.
14층 숙소에서 인사동과 익선동의 정겨운 풍경 내려다보며 쉬다가 브롬톤 다시 쥐고 송해길로 내려왔습니다. 내일 라이딩 전에 자전거 수리하러 서빙고동으로 이동하네요. 택시 안에서 유영만 교수님의 <내려가는 연습> 한 토막을 음미합니다.
위기는 우리에게 세 번 물었다.
충분한지, 괜찮은지, 준비가 되었는지.
그럴 때마다 우리는
목을 빳빳하게 세우고 대답했다.
끄떡 없다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2020년 코로나 시국에 더욱 각성되는 대목이네요. 목에 힘주고 교만했다가 방심하여 화를 자초하곤 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교훈 삼아 기꺼이 내려놓고, 기어이 올라가요.
충분히 내려가면 발에 닿는 모든 돌이 디딤돌이 됩니다. 충분히 준비해서 열심히 내달려 보아요.
將驕者는 敗니 見機而作하라.
장수된 자 교만하면 패하리니
기틀을 보고 일을 지으라.
道典 8:89:2
연남동에서 아내의 한영외고 동문들과 뭉쳤습니다. <툭툭누들타이>에서 갈비국수, 갈비튀김, 텃만꿍 등을 땡모반과 싱하, 창 맥주 곁들여 아주 흡족하게 흡입했네요.
연남동 콩카페에서 코코넛 스무디로 입가심하고, 인사동 목시호텔까지 심야 라이딩 즐겼습니다.
여름 밤의 선선한 공기가 마스크에 쪼그라든 폐포를 쫙쫙 펴주네요.
당분간은 브롬톤 라이딩에 흠뻑 빠져서 지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