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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를 넘어 지역 관광이 갖췄으면 하는 것들



지역 축제는 국내 관광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지난 해의 국내 여행 중 1/3 정도는 지역 축제와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지역 축제는 733회가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 '이렇게나 많았어?' 하고 놀랄 숫자입니다. 이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축제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축제 등을 포함하지만, 특정 계층만 참여하는 예술 행사나, 단순 주민 행사 등은 제외한 숫자라고 합니다. 


2017년 3월의 구례 산수유 축제에서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친절했던 주민들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습니다.


하지만 대도시 시민들이 얘기하는 지역 축제의 추억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교통체증, 

좁은 지역에 몰린 인파, 불편한 숙박시설, 그리고 바가지 요금 등, 좋은 장면 이면에는 현실적 난점들이 있기도 합니다. 저 역시 너무 멋진 자연적 자원과,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주민들 덕분에 내내 즐거웠던 축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축제도 있었습니다. 


물론 관광객으로서 눈으로 보기에도 지역 축제는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일시에 늘어나는 방문객과 지출은 조용했던 지방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예쁜 사진을 남기고,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페이스북에 자랑합니다. 


그럼에도 국내 관광과 지역 발전 여건을 생각하자면, '지역 축제' 이상의 관광 발전 모델이 필요해보입니다. 이에 대해 개인적인 체험과, 약간의 조사를 토대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가평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사진입니다. 이미지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특히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역 관광 개선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특정 젊은 계층에게 유독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 축제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가평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제천의 국제음악영화제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연례 행사이지요.


하지만 젊은 인구의 방문이 무척 적은 지역 축제도 많습니다. 

덕분에 30대 초반 커플로서 저는 왠지 유별난 방문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때도 있습니다. 한 번은 지역 특산물 축제에 방문했다가 산책 코스에 올랐는데, 저희 빼고는 젊은 커플이 없었던 것이죠. 아이와 함께인 가족 단위 약간에, 중년 부부 모임이 대부분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데이트한다고 커플로 나름 예쁘게 차려 입고 저희끼리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데, 등산복의 중년분들이 오며가며 다들 쳐다보실 때에 괜히 무안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듯 축제에 따라선 인구 연령대 격차가 심한 곳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더 많이 바운하게 할 수 있는 지역 관광의 요소는 무엇일까요? 

그 개선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해선,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됩니다. 부족한 컨텐츠, 고유성 부족, 숙박 및 편의 시설의 부실함 등등 늘 지적되는 것들입니다. 


그런 내용에 대해선 다른 분들이 많이 지적을 해주시니, 구체적인 이야기로 두 가지 요소만 꼽아서 젊은 세대의 지역 방문 활성화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이것은 이미 세계적 규모인 보령 머드축제 등의 대형 축제가 활성화된 지역이 아니라, 제가 실제로 방문했었던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중소규모 지역에서 느꼈던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여행 스타일에 우리나라 중소 지역들이 가장 아쉬운 점은


첫 째, 심미적 체험의 부족함

둘 째, 밤낮을 모두 채우는 즐길거리의 부족함


입니다. 첫 째의 것은 젊은 세대의 외출 및 여행 욕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둘 째는 생활 양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미적 체험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무엇인가 하면, 단도직입적으로 우리나라 지방들은

'그림이 안 예쁩니다'.


한 지역이 지닐 수 있는 심미적 가치는 약간의 투자로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연 경관의 자원을 풍부하게 지닌 지역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수십 수백억을 들여서 대규모 건축물로 포장하기도 어렵습니다(이게 어쩌면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적인 개발 방법이지만...). 


그런데 오히려 '공공디자인' 개선이나 약간의 경관 조성 사업을 통해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바로 겉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공공디자인 개념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지방 구석구석까지 확산되진 못한 듯합니다. 공공디자인은 대형 건축물 경관에 대한 규제나 진흥을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공공디자인은 적은 예산으로 지역 전체에 대한 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그 지역을 한 번 방문하는 방문객에게는 작은 요소들로도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구글에서 '일본 멘홀'을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캡쳐한 것입니다. 


위의 이미지는 일본의 수많은 멘홀 뚜껑들입니다. 각 지자체별로 상징이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이미지를 판화처럼 멘홀 뚜껑에 새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멘홀에서부터 자기가 새로운 지역에 방문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고유한 시각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매번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며 맨홀 사진 모으는 것이 마치 스탬프를 모으는 듯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시각적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젊은이들이 철이 없어서 단지 겉보이기를 중요시하고 외양 치장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심미적 가치야말로 문화가 융성하고 절정에 달했을 때에 하나의 지역이 지닐 수 있는 가치입니다. 유럽의 지방들을 보면 오랫동안 쌓아 그 '색감'과 '조형적 구성'은 그 자체가 역사적 자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이 수도권의 대도시를 벗어나서 지역에 방문하여 누리고 싶은 것은 산과 논밭이 펼쳐진 자연 경관만은 아닙니다. 지역 특유의 '예쁨'이지요. 눈에 보이는 디자인들은 늘 새로운 자극이 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네 지방 지역들은, 넘으면 비슷한 마을, 그리고 다시 넘으면 비슷한 마을입니다. 새마을운동 직후의 지역 경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의 니즈는 '벽화마을'의 성공에서 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사례의 성공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림이 예쁩니다'.


벽화마을의 원조로 유명한 경남 통영의 '동피랑'입니다. 이미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적으로 예쁜 곳에 다녀오면, 사진을 찍어 보관해놔도, 친구에게 자랑해도 새롭고 특별한 추억을 느끼고 온 것만 같습니다. 


벽화마을도 인기를 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지자체에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세어보면 전국에 66곳이나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 벽화가 훼손되면서 관리 문제가 불거지거나, 실거주 주민들의 생활이 침해 받는다며 민원도 많고, 여러 잡음이 생기기도 했으니 아주 좋게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역에 방문하여 만날 수 있는 벽화들은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좋은 컨텐츠가 되는 듯합니다. '우리도 벽화를 하자'가 아니라, 젊은이들의 본질적인 니즈가 심미적 욕구의 충족에 있다면, 그에 맞는 정책이나 투자가 있어야겠지요.


지역 개발과 지역 축제 운영이 약간 뒤섞인 이야기 같습니다만, 저는 축제야말로 지역 특유의 고유한 디자인을 실험하고 또 홍보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제 때에 실시한 디자인 산업은 한 해 동안 남아 그 지역을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예산 측면에서도 벽화를 그리는 것은 건축물 하나를 짓는 것보다는 훨씬 적은 투자로 실행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효과가 더 큽니다. 그런 요소를 더 많이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지역 개발 투자라고 하면 수십억 백억 단위로 일단 대형 토목 건축 공사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땅을 파고 건물을 올리는 것만이 투자가 아닙니다. 이를테면, 조명 하나, 벤치 하나, 그리고 축제에서 만나는 사인물, 심지어 축제나 행사에 쓰이는 '천막'에 들어가는 무늬나, 안내 표지판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이 디자인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그런작은 구석구석의 투자가 지역 관광 발전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구례의 산수류 가로등입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니타'님 블로그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withyenita


특히 공공디자인은 단지 심미적 가치만 주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길찾기'를 도와줄 수도 있고, 관광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구례에서 만났던 '산수유' 가로등입니다. 산수유의 고장이라는 것을 한 번에 보여주는 고유성을 갖고 있으면서, 색다른 예쁜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제가 사진 찍어둔 것이 없어서, 검색으로 개인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니타'님)


이렇게 공공디자인은 기획과 디테일의 산물입니다. 개발과 대규모 투자보다는, 지역에 애정이 있는 디자인 디렉터가 해결해야할 문제 같습니다. 지역 관광에서 만나는 사인물이나 표지판 하나에서, 관광 지도 하나에서, 도로 포장의 색깔이나, 난간 모양, 그 모든 곳에서 '그림을 예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홍보로 일시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지역 축제보다 나을 수 있고, 지역 축제 때에도 더 많은 젊은이들을 이끌어내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2016년부터 공공디자인 진흥법이 시행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국내는 관련 연구나 사례가 부족한 실정으로 보입니다. 국내에도 수많은 '진짜 전문가'의 출연과 성공 사례 등장을 기대해봅니다. 



자 이제, 공공디자인 개선을 통한 심미적 체험 증진에 대한 얘기 다음으로 

'밤낮을 모두 채우는 즐길거리' 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거듭 언급하자면 지방 지역의 숙박 시설의 퀄리티나 인프라 부족, 고유한 콘텐츠 부족 등의 큰 틀의 이야기는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종종 그런 접근은 크고 추상적인 이야기이고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야 하기도 합니다. 그보다는 구체적이면서 적은 투자로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니즈에 대해 얘기해보려는 것입니다.


'밤낮을 모두 채우는 즐길거리'는 말 자체에서 눈치챌 수 있다시피 사실, 이것도 간단한 얘기입니다. 지역 관광을 가거나, 심지어 축제를 가도 느끼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해가 지면 할 게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대도시 생활상과 지역 생활 양식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생각 외로 많은 지역 축제나 관광 프로그램에서 고려되지 않는 부분인 듯합니다. 특히나 같은 사람은 저녁형 인간이기도 한데, 지역 축제를 가도 '농촌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포인트입니다. 


이미지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우리나라는 해외 어느 곳에 비해서도, 저녁 시간에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치안이 좋은 나라입니다. 그런 것에 비해서 중소 지역 축제에서 야간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고려되는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세계 유명 관광지들을 살펴보면, 좋은 야경이나, 야시장 등 야간에도 할 거리가 많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부산, 전주, 목포 등은 야시장이 중요한 관광 컨텐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지방쪽으로 움직여도 야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확실히 적습니다. 시간을 내서 1박 2일이나, 2박 3일 국내 여행을 기획해서 가는데, 저녁 식사 후 8시면 숙소에 들어가서 멀뚱히 있기를 아까워하는 저같은 광관객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부족한 숙박 인프라에 눈이 돌아갑니다. 한창 돌아다니다가 잠만 자고 나올 것이면 조금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 하다보니 숙소의 낡은 벽지가 더 눈에 들어오고, 가격과 품질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유럽 등 몇몇 해외 문화권을 생각해보자면 그들은 상점이 더 일찍 닫고, 야간의 치안도 더 좋지 않습니다. 그런 곳들은 그런 야간 활동을 상쇄할만한 다른 특별한 경험이나, 숙소의 안락함 등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지방 지역에 야간 컨텐츠까지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축제에서 그나마 저녁 시간에 접할 수 있는 식상한 각설이 공연이나, 늘 똑같은 메뉴의 포장마차 음식의 반복을 몇 번 겪고 나면, 지자체가 투자에서 조금만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평소 살아가는 도시의 생활상에 비하면, 지방에 가서 접하는 시간대는 모든 것이 일찍 끝나버린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요즘 세대의 생활 양식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약간의 '야간 컨텐츠'들이 숙박 인프라의 부족함을 조금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까요.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입니다. 


예를들어, 제 아이디어 중 하나는, 지역마다 고유 음식으로 '심야식당'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지자체에서 몇몇 음식점을 '심야식당'을 지정하고 세제 혜택을 주거나 홍보를 해주되, 특정 요일은 야간 운영을 보장하고 특별 요리를 제공하게 해서 관광객들이 찾게 해보는 것입니다. 


낮에 돌아다니는 것들은 아무래도 '보는 것' 위주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하루의 여행에서 남은 아쉬움이 있따면 지역 특유의 재료를 살린 약간의 술안주나, 지역 전통주, 막걸리 같은 것으로 달래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주말이면 늦은 밤까지 밝은 불빛이 가득한 강남이나 홍대 인근 거리를 보자면, 지역 관광에서도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선 밤낮으로 즐길거리를 함께 채워두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


젊은이들이 점점 더 국내 관광을 찾지 않는다는 뉴스도 들려옵니다. 해외 여행이 그만큼 저렴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새로운 경험을 찾는 젊은 세대의 특성 때문이겠죠. 가까운 일본의 여행 인프라와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지역 관광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년에 3-4일 있는 지역 축제만으로는 지역 관광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 간략하게 젊은 세대를 위한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얘기해보았지만. 그 이상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관광 문화 활성화를 이끌어 내려면, 작은 부분부터 투자하고 움직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의 글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 그리고 그에 맞는 기획과 투자에 대한 생각들을 더 많이 해볼 생각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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