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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고장? 여수, 통영, 아산의 삼각관계


이순신 장군, 모두가 좋아하는 우리 땅의 위인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왜구의 침략을 막았던 영웅으로 기억되며, 그 이야기는 여러 채널의 컨텐츠를 통해 재생산되었습니다.


KBS에서는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사극이 방영하기도 했었고,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명량 해전'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역사적 일화들은 워낙 좋은 내러티브를 갖고 있고, 기록도 풍부한 덕에 지역 문화 컨텐츠의 좋은 문화원형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지역 관광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이순신 장군에 대한 문화원형을 토대로 지역 관광을 구축한 지역은 크게 세 곳, 여수, 아산, 통영입니다. 그런데 이 세 곳은 여수와 통영만 해도 각각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고, 아산은 심지어 충청도인데요, 어떻게 세 곳이 각각 이순신의 고장이 되었을까요? 


각 지자체의 기념 사업과 노력 덕분일텐데요, 막상 그 역사적 연원과 연관성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 한 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전라남도 경상남도 각각 남해안 바닷가에, 여수와 통영이 있고, 위쪽의 충청남도 천안 옆에 표시된 곳이 바로 아산입니다.


먼저 여수는 조선시대에 수군 전라좌수영 본영이 위치해 있던 곳입니다. 전라좌수영은 이순신 장군이 무관 급재를 하고 몇 년 후인 1580년에 처음으로 장군급으로 전근하여 갔던 곳으로(물론 현대식 군대의 계급과는 조금 다르고, 종 4품이니 현대식으로 하면 중령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깊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처음 전라좌수영에 왔던 이래로 갖은 고초와 승진을 거듭한 끝에, 임진왜란 발발 직전인 1591년에는 바로 이 전라좌수영에 수군절도사로 임명되어 내려옵니다. 수군절도사면 이제 현대식 군대 계급으로 장성급이 된 것인데요, 아시다시피 이후 임진왜란에서 전라좌수영을 운용하여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그리고 삼도수군통제사(해군창모총장급)까지 오르죠 


여수의 이순신 광장입니다. 이미지 출처- 전라남도 '남도여행' 공식 블로그. 


이에 여수에는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이순신 광장'과 '거북선 모형 전시관' 등이 있습니다. 이순신 광장 인근에는 이순신의 이름을 음식점 몇 곳이 있는데요, 검색해보면 '이순신 버거'가 맛있다는 얘기가 보입니다.(전투 식량은 아니겠죠)

 

거북선 모형 전시관 안에 가면, 정말 거북선에 들어 가 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전라남도 '남도여행' 공식 블로그.  


5월 경에는 '여수 거북선 축제'도 있습니다.


여수 거북선 축제 사진. 이미출처- '여수관광'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여수는 이순신 장군이 조선 수군으로서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한 곳입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직장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정점에 오른 곳이라 할 수 있죠. 여수시에서 관광 자원으로 밀고 있다시피, 거북선에 대한 구상이 나온 곳이기도 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통영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맨 위에 보여드린 지도에 보이다시피, 통영은 경상도 쪽에 있습니다. 여수가 조선 수군의 전라좌수영 본부였었으니, 그렇다면 통영은 경상우수영이나 경상좌수영이 주둔한 지역이었을까요?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통영(정확히는 한산도)도 이순신 장군이 활약하던 '전라좌수영'이 있던 곳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통영은 경상남도인데 전라좌수영이라니? 무슨 얘기일까요.


먼저 조선시대의 좌우 개념이 지도에서 본 절대방위의 서쪽 동쪽과는 다른 개념인데요, 한양에서 내려다보았을 때에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이기 때문에, 전라도의 동쪽에 있는 여수가 전라좌수영이 되었던 것이지요. 전라우수영은 서쪽인 해남 쪽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상도 역시 경상좌수영은 동쪽인 경주와 울산 쪽이었고, 통영(이 당시 거제쪽)은 경상우수영에 해당하는 지역이었죠. 하지만 정확히는 조선시시대 선조 당시에 지금의 통영 쪽에 경상우수영 본영이 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통영, 정확히는 '한산도' 위치에 전라좌수영 본영이 들어선 이유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 직접 자신이 이끌던 수군 본영을 한산도로 이전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동쪽이 일본에서 침략해오는 쪽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침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라좌수영 본영을 좀 더 동쪽으로 이전한 것이지요. 


한산도 대첩으로도 유명하고, 이순신 장군의 이후 주둔지였던 한산도입니다. 전쟁의 역사와 별개로 아름다운 섬입니다. 이미지출처- 조선일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수군절도사로서 전라좌수영을 이끌며 승리를 거두고 있었는데요, 경상좌수영(경주, 울산 쪽)은 여러 차례 침략으로 세력이 약했고, 경상우수영(김해, 거제 쪽)은 이순신 장군의 지휘 권한 휘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서 효과적으로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 휘하 부대와 자원을 이끌고 통째로 경상우수영 쪽으로 본부를 옮긴 것입니다. 이것이 통영(한산도) 위치에 전라좌수영 본영이 생긴 계기입니다.


한산도로 전라좌수영 본영을 옮긴 직후 이순신 장군은 결국 첫 번째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모든 수군을 지휘하는 총 책임자가 됩니다. 삼도수군통제라사는 직책 자체가 임진왜란 당시에 생긴 것이었는데, 이후 상설직이 되고요, 이순신 장군 사후에도 그 명맥이 이어져서 지금의 통영 위치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잡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옮겨 온 전라좌수영으로 시작해서, 모든 수군의 본부가 된 것이지요.(유명한 원균의 삽질로 잠시 퇴각하긴 했었습니다만) 


바로 통영의 지명 유래도, 삼도수군통제영의 '통統','영'에서 온 것이지요.


여수가 이순신 장군이 커리어를 시작한 곳이었다면, 통영(한산도)는 이순신 장국이 역사를 쓴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산도대첩(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 옮겨오기 전이긴 한데요)은 일본에게 대패를 안겨서 일본의 전략 방향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한산도대첩 이후로 일본이 해전 선공에 소극적이 되고, 조선 수군이 남해를 안정적으로 차지할 수 있었죠. 


통영의 이순신 공원은 경치 자체 출중한 곳입니다. 이미지출처- 한국관광공사


그런 통영이기에, 이순신 장군을 기념할 수 있는 여러 관광 컨텐츠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이순신 공원이 유명한데요, 이순신 공원은 그 본래 주변 환경의 풍광 자체가 훌륭해서 다녀온 사람들이 좋은 평을 늘어 놓는 곳입니다. 


정말 '이런 아름다운 해역에서 그런 전투를...' 싶기도 할 정도로 경치가 좋습니다. 


통영에는 '한산대첩 축제'가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통영시 공식 홈페이지


통영에는 8월 경에 '한산대첩 축제'가 있는데요, 바닷가는 지정학적 자원을 십분 활용한 축제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통영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여러 역사 컨텐츠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아산입니다. 

여수와 통영은 알겠는데 그럼 아산은 이순신 장군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아산은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의 면모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서울 출생으로 알려져 있지만(바로 지금의 '충무로' 인근입니다), 어린 시절을 외가 쪽인 아산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난중일기를 보아도 중년기에도 아산에서 거주한 적이 있습니다. 아산은 이순신 장군 고택이 있는 곳으로, 이순신 장군의 자녀들에 대한 기록도 있고, 실질적인 이순신 장군의 본가 지역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산은 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시는 '현충사'가 위치한 곳이지요. 


현충사입니다. 사진은 박정희 대통령 친필의 현판이네요. 이미지출처- 충청남도 도민넷


'난중일기'를 비롯하여 이순신 장군에 관한 문화재 상당 수가 아산에 있습니다. 


현충사는 2017년 가을 경에 이순신 종가에서 박정희 친필 현판을 원래 조선시대 건축 당시의 숙종 현판으로 교체해달라고 문화재청에 건의하여 논란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현충사 얘기를 하려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근대사의 얘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박정희 대통령 당시에 강력한 군인 리더십의 상징으로 이순신 장군을 홍보하는 사업이 있었고, 현충사 인근이 정비된 것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선 것도 이 때입니다.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은 현충사에서 원래의 숙종 현판을 떼어 내고 자신의 새로운 현판을 현충사에 걸었던 것이지요. 


지금은 중요한 문화재이자 관광 자원이 되었지만, 그러한 문화원형이 국가 이데올로기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선 가끔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순신 장군은 조선시대부터 위인이었고, 현충사 역시 조선시대 유생들의 건의를 통해 국가 사업으로 건축된 문화재입니다.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이순신 장군이 우리 마음에 자랑스러움과 위안을 주는, 역사적 위인이라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현충사 연못입니다. 주변 조경도 멋집니다. 이미지 출처- 충천남도 도민넷


현충사는 역시 관광 자원으로는 풍수가 좋고 주변 경관이 수려하니, 인근의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여행지로는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에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성인이 되어 이순신 장군의 더 많은 일화를 알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관광했더니 어릴 적 단체 관광 속에 남아있던 장면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이렇게 이순신의 고장 세 곳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어디가 꼭 이순신 장군의 본고장이라기보다는 여수, 통영, 아산이 모두 각각 나름의 사연과 연원을 지닌 지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수, 통영, 아산은 서로 제법 멀리 떨어진 지역들이지만, 역사적 인물의 생애를 통해 연결성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순신 장군에 관련된 기념 사업들은 지역 단위로 독자적으로 이루어지기만 하는 것 같은데요, 이 연결성을 살려 더욱 발전적인 삼각관계(?)로 발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수에서 통영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주진 않고, 아산에 간다고 해서 여수에 대해서 알려주진 않는데, 셋 다 알고 연결해서 여행해보면 이순신 장군의 서로 다른 면모를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지역 관광과 개발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지리적 물리적 관계뿐 아니라, 시간에 걸친 역사적 문화적 연결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더 많은 분들이 폭 넓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더욱 풍부한 문화적 관광 자원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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