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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올림픽이 평창이라는 지역에 남길 것들


동계 올릭픽이라는 행사는 원래 재정적으로는 흑자를 보기 어려운 행사입니다. 주관한 지방자치단체에 적자를 안겨주기 일쑤이고, 심지어 관련 업체들은 파산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흥행이나 운영 여부를 떠나서, 어디까지나 워낙에 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동계 올릭핌을 행사 자체로 보았을 때에 흑자를 기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에 포괄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 정치적 효과,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평창 동계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긴장 완화라는 면에서 많은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공정한 스포츠 경쟁의 장을 외교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사실 국제 대회를 통한 외교는 각 나라가 서로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도 점잖게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197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참여가 계기가 되었던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는, 국제 대회가 외교의 활로가 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핑퐁 외교'를 통한 미국과 중국의 수교는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는 논란도 많은데요, 굳이 이것이 좋다 나쁘다라는 평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지출처. 연합뉴스.



그렇게 복합적인 요인을 보자면 평창 올림픽의 효과를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을텐데요, 그것은 '대한민국'이 얻을 수 있는 효과인 것은 분명한데, 과연 '평창이라는 지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조금 의문이 있습니다.


나가노 동계 올림픽, 벤쿠버 동계 올림픽, 소치 동계 올림픽, 이런 사례들은 모두 지역 재정에는 심각한 타격 수준의 적자를 남겼기 때문이지요. 물론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 좀 더 과거의 일이지만 미국의 1980년 레이크플레시드 동계 올림픽의 경우, 행사 자체로도 많은 성과를 남겼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후에도 미국인들에게 동계 스포츠의 중심지로 각인되어 지역 자체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평창은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서 많은 것을 남길 수 있을까요?



1. 지역 인프라? 날씨 맑음


먼저 올림픽을 전후로 한 확실한 호재 한가지는, 바로 교통 인프라(Infrastructure, 사회기반시설)의 구축입니다. 아시다시피 수도권에서 강릉으로 바로 올 수 있는 KTX 노선이 2017년 12월에 개통되었습니다. 그 이전 2016년에는 '제 2 영동 고속도로'도 완성되었죠. 이러한 교통 인프라는 당장 평창 올림픽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국토 개발 계획에서 연결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릉, 이제 KTX로 떠나요! 이미지 출처. 강릉뉴스


또한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 대대적인 지역 기반 시설 정비 사업의 결과물들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그대로 남을 것입니다. 이것은 강원도 지역민들이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수혜입니다.


다만 교통 인프라를 뉴스성 호재로 하여, 부동산 투자가 잠시 과열된 경향이 있습니다만, 강원도 지역에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지는 신중하게 봐야할 문제입니다. 막연하게 올림픽의 잔여 자원이 해당 지역에 발전을 가져다주진 않습니다. 결국 거주 인구 유입과 방문객 증가를 봐야합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진행된 도시 기반 시설 정비 등이, 앞으로 '원주혁신도시' 등의 인구 유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춘천'이나 '속초' 같은 관광 상품성이 있는 다른 강원도 도시와 어떤 연계성을 지닐 수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성은 '날씨 맑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프라의 힘으로 덕을 볼 수 있는 투자자나 사업자들에게 올림픽 이후의 평창은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인 곳이 될 겁니다.



2. 지역 홍보 효과? 국제적 인지도 발돋움, 내수 활성화는 글쎄...


확실한 것 하나는, 대한민국에 '평창'이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세계에 엄청 알려지리라는 것입니다. 국내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오히려 외신에서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우려나, 부정적인 뉴스도 많지만요...)


아래는 '구글 트렌드'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영문 Pyeongchang의 검색어 추이입니다. 최근 2년 동안의 데이터이고요, 딱 보아도 최근들어 급격한 상승세이지요? 아마 올림픽 기간 동안은 훨씬 더 많은 국제 취재 기사가 송고될 것입니다.


약 2년 동안의 '구글 트렌드'에서의 Pyeonchang 검색 결과입니다.


평창이라는 지역의 국제적 인지도 향상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로도 국제 관광객들이 평창에 재방문할 메리트가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딱히 떠오르는 시나리오가 있진 않습니다. 동계 스포츠를 체험해보고 싶은,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들을 위한 연계 관광 상품 정도일까요.


더 전망이 어두운 부분은 수도권 지역의 젊은이들이 평창에 대해 갖는 지역 인식입니다. 이미 운영 상의 문제점이나 정치적 반감 등으로, 괜시히 '평창'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 인식이 싹트고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올림픽 기간 동안의 사건이나, 개최 성과 등으로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으니 두고 볼 일입니다. (한껏 올림픽 운영에 비판의 목소리를 올리던 분들도, 국위 선양의 고양감 속에서 지난 나쁜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실 수도 있습니다 ^^;)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저도 가봤는데요, 슬로프가 좋긴 좋더라고요. 이미지 출처, 알펜시아 홈페이지.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올림픽 이후의 내수 활성화 문제입니다. 스키나 스노우보드 등의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분들은, 이미 자주 다니는 리조트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분들이 평창에 더 방문해야할 유인이라거나, 동계 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하게 될 유인이 당장은 크진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작년에 발표한 '스포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스키장 운영업'의 매출액과 전체 스포츠산업에서의 비중은 정체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 속에서 평창이 어떤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강원도 내부에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3. 관광객 유치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남은 과제들


앞선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올림픽 한 번 개최한다고 해서 갑자기 지역 경제가 짠! 하고 살아날리는 만무합니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이슈와, 지자체의 노력이 함께 해야, 수많은 혈세를 쏟아 놓은 자산들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이미 많은 해답들이 나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적 자원'을 확보하는 일일 겁니다.


특히나 요즘 젊은 세대의 관광 문화는 자연적 경관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평창 지역이 좋은 공기와 경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자연적 자원과 올림픽이 남겨준 시설만 믿고 계획을 짰다간,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 보고 '우와'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문을 이어갈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소위 인스타그램같은 SNS에서 사진발을 자랑할 수 있는 '심미적 체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모두 문화적 자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이에 관한 얘기는 제가 이전의 글에서도 담아둔 바 있습니다.



평창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신다면, 평창이 우리나라의 지역 균형 발전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특히 경상전라권에 비해 교통 면에서도 일부 소외되어왔던 강원권에도 KTX 개통과 복선 철도 등으로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이러한 추세가 주욱 이어지길 바랍니다.


물론 이것은 모두 '올림픽 이후'의 일입니다. 우선은 평화롭게 안전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올림픽이 개최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올림픽 기간 중의 이벤트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추억과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네요.

평창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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