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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28. 2020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없다

[나와 우주의 미스터리]03.  우리가 사는 세상, 마야  ①

■ 마인드로 측정된 환상의 세계, 마야


간혹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혹자는 이 세상을 두고 '환상(illusion)'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 세상이 '환상'이라니.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혼란이 더 가중되곤 한다.


도대체 왜 우리가 사는 이 '물질계'를 '환상'이라고 부르는 걸까? 예부터 현인들은 이 물질계를 '마야(maya)'라고 불렀는데, 그 어원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Maya의 '마(ma)'는 산스크리트어로 '측정하다(measure)'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측정'은 우리의 마인드를 통해서 어떠한 경험이나 현상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밝혀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 즉 명명하는 것(naming)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 인간이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어떠한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한 대로 경험되는 곳이다.


즉 우리가 사는 세상, 마야는 인간의 마인드로 측정된 '환상'의 세계다.


■ 측정할 수 있어야 무언가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다


우리는 '언어'라는 도구가 없이 인간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통기반을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로 묘사하는 일이 우리 인간의 삶에 안정적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Maya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측정하기(measuring)'의 의미에 대해 더 살펴보자.


일례로 '뉴트리노'라는 입자는 우리가 그것의 실체에 대해 무지했던 때에도 원래부터 우주에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뉴트리노'라는 입자에 대해 자유롭게 논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것의 실체를 인식하여 발견한 누군가가 그것과 관련된 세부적 사실을 논리적으로 분류하고 개념화해서, 뉴트리노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즉  무어라 규정할 수 없었던 어떤 실체에 대해 세부적 사실로서 구체적으로 명명을 한 이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뉴트리노'를 과학적 실체로서 동의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측정'할 수 있어야, 즉 '이름'이 있어야  무언가를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다.


■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 마야(maya) 역시 '측정'이 되어야 '확인'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달을 '있는 그대로' 묘사할 수 없듯이, 우리가 세상을 두고 명명한 여러 가지 이름 역시 이 세상을 가리키는 여러 개의 손가락 중 하나일 뿐,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을 일컬어 '환상'이라고 부른다.


즉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없다.


(다음 글 : 우리가 사는 세상, 마야 ② - 인식의 틀이 바뀌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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