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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an 17. 2021

감정에 이유를 찾지 않기, 그리고 홀로 있기

[처음 보는 메커니즘]21.  감정 메커니즘 ②

(이전 글 : 감정 메커니즘 ① - 우리가 사는 눈먼 자들의 세상)


■ 오만가지 감정들 


오늘 하루 만도 해도 오만가지 감정이 왔다 갔다 한듯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취침 전까지 내가 느낀 감정의 개수를 말하라면 족히 10~20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에는 살짝 희망적인 느낌이었다가, 일을 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가, 또 심드렁해졌다가, 괜히 우울해지기도 했다가.    


난 내 기분이, 내 감정이 얼마나 널뛰기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감정이 바닥을 쳤을 때, 그때의 기분과 느낌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얼마나 진한 무채색 어둠으로 채색하는지, 그리고 내 감정이 기쁨에 하늘을 날아오르듯 춤을 출 때, 그 기분과 느낌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얼마나 밝고 경쾌하게 채색하는지 잘 알고 있다.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정작 어이없게도 이렇게 감정이 요동치는 것에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경우도 많다. 


■ 거짓 가면을 쓰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난 최대한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은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았다. 아마도 사람들에게는 항상 웃고 상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적 고정관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지금도 내 우울함, 슬픔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싫다’. 소위 기분이 거지 같은 땐 나만의 동굴에 꼭꼭 숨어 최대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한다. 아니면 반대급부로 최대한 밝은 척을 하며 더 크게 웃어본다. 그래서인지 난 참 밝고 잘 웃는 아이라는, 내가 있는 곳의 분위기 메이커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었다. 실제로 난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나의 거짓 가면에 참으로 잘도 속아주었다. 


거짓 가면을 쓰지 않을 땐 일견 문제로 보이는 많은 일들이 발생하곤 했다. 친밀했던 관계가 틀어지거나 불편해지는 등 ‘관계적’ 상황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이슈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나의 낮은 감정 파동은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진실이 아닌 그 당시의 어두운 부정적 느낌을 말하게 되고, 지금 이 상태가 잘못된 것이라는 느낌을 상대와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감정 파동이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크다.  


■ 거짓 가면을 벗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는 내 감정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난 더욱더 거짓 가면 속에 날 더 잘 숨기려고 애썼다. 내 감정을 속이는 게 여러모로 안전했기 때문이다. 정작 그 가면 속에 불편하게 일그러져 가는 내 진짜 얼굴은 무시한 채 말이다.


실제로 난 내 인생의 대부분을 나의 진짜 얼굴을 매몰차게 무시하며 살아왔다. 여전히 너무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사회적 평가와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탓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정작 더 중요한 사실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놀랍게도 지금껏 내가 쓴 완벽한 가면 뒤에 내 본 얼굴을 일그러뜨리게 놔두는 것이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난 내가 슬프거나 우울할 때 지금껏 내 지금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그것을 가슴 깊이 수용한 적이 없었다.


기왕이면 지옥보다 천국을 경험하는 나날이 많으면야  좋겠지만, 기분이 바닥을 칠 때조차도 난 내 감정을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쓴 가면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도 말이다. 


지금의 난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난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완전한 사람이야’


이렇게 난 그동안 거짓 가면 속에 숨겨놓은 내 진짜 얼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거짓 가면을 벗어가고 있다. 


  ■ 감정에 이유를 찾지 않기, 그리고 홀로 있기 

휴먼 디자인에서 감정 파동에 대해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감정 파동에 원인은 없다. 오직 화학적 과정일 뿐이다' '감정 파동에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마라 '  '그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수용해라' 


특히 감정파동이 매우 급격히 떨어져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으면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내 경우엔 회사나 집에서 주변 사람들이나 상황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땐, 일부러 사람들과 있는 자리를 떠나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 


혼자 걷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아이쇼핑을 하거나, 찬 바람을 쐬고 나면 기분이 전환된다. 기분을 전환하고 난 뒤의 느낌은 확연히 그 전과 다르다. 상황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고. 상대에 대해 갖었던 갖가지 감정 등도 조금은 사그라든다. 그럴 때면 죽일 듯이 달려들고 싶었던 일들조차도  ‘다 별것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전에는 이 단순한 걸 하지 못해서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들이 많았던 것  같다.


확실히 그동안은 너무도 강력했던 감정적  순간에 매몰되어 살아온 듯하다. 그 순간 그것이 삶의 모든 것인 양 그 순간에 쏟은 에너지들이 어마어마했음을 뒤를 돌아보니 인식이 된다.  최근에는 일상에서 감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발생 가능한 많은 문제들이 사전에 예방되고 있음을 느낀다. 확실히 후회할 일도 줄어드는 것 같다

      

감정을 통제하고 다루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상에서는 두 가지 솔루션 만으로도 일상적 수준의 감정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듯하다. 


감정에 이유를 찾지 않기, 그리고 홀로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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