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1990년 경오(庚午)년 9월, 경기도의 어느 도시에서 태어났다. 기술교사였던 아버지와 과학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나는 막내아들로 자랐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느 순간부터 장래희망 칸에는 아무렇지 않게 ‘교사’라고 적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강원도에서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스물일곱에 교사가 되었고, 그렇게 강원도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강릉과 원주 그래도 강원도에서는 나름 도시라 불릴 수 있는 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이어오던 나에게, 2023년 3월의 발령은 그야말로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그곳은 바로 정선. 그중에서도 아주 오지 중의 오지로 불리는 작은 학교였다. 물론 내가 직접 지원해서 온 지역이지만, 이렇게까지 ‘작은 학교’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첫 발령이후 네비게이션에 해당 학교를 찾아 교문을 들어선 첫날, 나는 그동안 내가 살던 경험과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공간에서 살아가게 되었다고 직감했다. 정선군의 중·고등학교는 2개의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교가 전교생 50명을 넘지 못한다. 학년당 한 학급, 많아야 열 명 남짓. 체육 수업에도, 복도에도, 급식실에도 아이들이 많지 않다. 처음엔 그 조용함이 어색했지만, 곧 그 속에서 그동안 내가 교육에서 잊고 살았던 진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강원도에서 보낸 교직 생활 10년 중, 최근 3년 정선군의 작은 시골 중학교에서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지독한 수도권 중심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으로 지방 소멸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현실속에서 느낀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교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웃음소리가 살아 있는 복도, 서로를 지겨워 하지만 정다운 친구를 부르며 안부를 묻는 교정, 넉넉하진 않지만 순수한 학생들, 여러 학교를 수업하며 업무도 많지만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힘내는 교무실 등...
나는 이곳에서 우리 사회에서 ‘학교’라는 공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공교육에서 꿈꾸는 ‘교육’이라는 말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쉽게 잊히지도 않는 이야기들.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 하루하루의 기록을, 이제부터 꺼내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