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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샤 Feb 18. 2018

TOSS는 망한다구요!

핀테크 살리기 #1

무료 송금의 대가

년 4분기에 토스는 송금 건수 5400만 건, 송금액 3조 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지긋지긋한 공인인증서 없이도,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보낼 수 있는 혁명적 경험을 안겨준 토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죠. 가끔씩 튀어나오는 은행 수수료 몇백 원은 뭐랄까... 왠지 아깝고 뭔가 삥 뜯기는 느낌 줍니다. 토스는 간편한 "무료" 송금을 무기로 무려 천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대한민국 핀테크의 대표선수가 되었죠. 근데 토스는 수수료를 안 받고 어떻게 장사할 수 있을까요?


토스가 사람들의 계좌를 연결하며 돈을 보내기 위해서는 "펌뱅킹(Firm Banking)"이라는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름 그대로,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급여를 입금하거나 물품대금을 보내고 받고 할 때 쓰는 대량거래용 인터넷뱅킹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어떤 곳입니까? 이걸 공짜로 쓰게 할 리 만무하지요. 토스는 각각의 은행들과 수수료 계약을 맺고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수수료가 보통 1건당 100원~700 합니다.


은행에 빼앗기는 500억 원

몇백 원이 우스워 보이지만 곱셈 몇 번 해보면 헉 소리 나니다. 토스는 한 달에 다섯 번까지 무료이고 그다음부터는 건당 500원을 사용자로부터 받. 뭐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토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아주 많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은행계좌로 직접 입금하지 않고 토스 사용자들끼리 주고받는 일종의 포인트 같은 개념이 있는데요, 이걸로는 물건을 살 수 없고 자동이체나 카드대금 결제 같은 월급통장의 기능도 대체하지 못합니다. 이 포인트 잔액도 어차피 언젠가는 은행계좌로 다시 넘어가야 되기 때문에 전체 거래량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으리라 보입니다.


자 그럼 이제 산수 들어갑니다~

3개월 동안 5400만 건을 처리했다고 하니, 한 달에 1800만 건 정도 되겠네요. 그중에 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똔똔이 되거나 회원 간 포인트로 처리한 건수를 합쳐 넉넉잡고 30% 보겠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70%  대략 1300만 건 정도에 대해서는 토스가 은행에 수수료를 낸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1건당 100원~700원의 수수료를 낸다고 하니 이것도 평균 300원 낸다고 가정할게요. 그러면 1300만 건 × 300원 = 39억 원. 한 달에 39억 원을 은행에 내야 하는 겁니다. 1년이면 무려 468억 원이죠. 오 마이 갓!


펌뱅킹의 원가는 얼마

토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창업 이후 현재까지 펀딩 한 금액이 850억 원이라 합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큰돈인데... 절반 이상을 고스란히 은행에 갖다 바치는 겁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지금과 같은 수수료 구조 하에서는 사업 지속이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그러면 도대체 은행이 받아가는 송금수수료의 원가는 얼마나 될까요?


금융결제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서로서로 돈을 주고받을 때 이용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인 "금융공동망"을 관리하지요. 뭔가 매우 정부기관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만 수십 년 전에 은행들끼리 모여 만든 사단법인입니다. 재미있게도 최대주주는 한국은행이구요. 그런데 일반 법인이 아니다 보니 재무제표 같은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인데, 다행히 구글"신"을 통해 몇 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 습니다.


여기는 금융기관들로부터 갹출하는 회비가 주요한 수입원인데 이중에 펌뱅킹과 관련된 실적회비라는 것이 있더군요. 각 금융기관들이 처리한 건수에 따라 적당히 분배하는 모양인데 2017년도에는 약 700억 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 회비를 금융기관에서 받아내는 근거가 되는 항목이 바로 "전자금융" 거래인데요, 같은 기간에 약 45억 건 정도 되더군요. 지로와 어음교환이라는 또 다른 항목이 있습니다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기 위해 그냥 무시하겠습니다. 그러면 송금거래 1건당 은행들이 내는 돈은 약 15원이 됩니다. 물론 실제로는 훨씬 싸겠습니다만, 이렇게 후하게 원가를 쳐줘도 은행들은 15원에 물건 사 와서 토스에는 300원에 팔아먹고 있는 겁니다. 무려 20배를 튀겨서.


핀테크를 구하는 또 하나의 망중립성

최근 트럼프 때문에 "인터넷 망중립성(Net Neutrality)"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뭔가 이름이 좀 생뚱맞아서 개념 잡기가 어려워 보이는데요. SKT나 KT 같은 데이터 "공급자"들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이용료와 속도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겁니다. 만약 카카오가 처음 무료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았을 때, SKT나 KT가 경쟁자인 카카오를 쓰는 사람들에겐 별도의 비싼 데이터 수수료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은 사람들이 카카오에 접속할 때 일부러 인터넷 속도를 버벅거리게 만들었다면요? 카카오는 망했을 겁니다. 지금의 카카오톡은 "공정"한 인터넷, "평등"한 데이터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망중립성의 최대 수혜자이죠.


그런데 토스는 어떠한가요? 은행들은 자신들이 만든 금융 공동'망'을 공정하게 내어주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송금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며 고객 유치에 활용하지만 토스에게는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토스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에게는 훨씬 낮은 가격으로 펌뱅킹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들리는 말로는 1건당 100원 정도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하더군요. 대기업 프리미엄입니다. 똑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이렇게 원가가 차별적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산업뿐만 아니라 핀테크 산업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원칙입니다.


은행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사기업이니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건 간섭할 일 아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은행이 잘 될 때에는 주주와 은행원들의 지갑에 돈이 쌓이지만, 은행이 망할 땐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꿔 넣는 공공의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경쟁의 기본은 공정함입니다. 핀테크 기업들에 대한 우대정책이나 대출 지원보다는 오히려 공정하고 중립적인 경기장만 만들어 주어도 그들은 알리바바나 아마존 같은 4차산업혁명의 챔피언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고객이 편리한 뱅킹"을 처음으로 보여준 토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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