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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샤 Feb 23. 2018

비트코인과 경제위기의 상관관계

블록체인이 소환하는 금융의 미래 #2


비트코인 왜 사나요, 도대체?

사람들은 도대체 비트코인을 왜 살까요?

뭐 아주 순수한 기술적 관심과 그 기술에 대한 기부 차원에서 쿨~하게 묻어 놓는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돈 좀 될까 하는 기대(aka 기도)로 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러면 그 기대는 정말 튤립 버블에 투자했던 400년 전의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무모하기만 한 걸까요?

비트코인을 샀던 사람, 사는 사람, 살 사람들은 정말 아무런 논리도 없고 상식도 없고 한마디로 탐욕에 눈이 멀어 인류 역사상 최대 사기극의 피해자가 되는 건가요?   


견고하고 강한 창조물, 아담 비트코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만들면서, 기존의 불환 화폐, 법정 화폐 체제를 아예 갈아엎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혁명을 꿈꾸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백서에 적혀 있는 그대로라면

그는 그저 은행이나 카드사 없이도

복잡 짜증 나는 신청서 쓰지 않아도

말도 안 되게 비싼 수수료 뜯기지 않고

남 모르게 조용히 돈 보내고 받고 싶어서

만든 것이 비트코인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만든 블록체인의 첫 번째 처녀작이

단순한 전자지갑의 개념을 넘어 '만국 공통 화폐의 속성'을 제대로 가져버리게 된 거죠.

사토시가 전자적 화폐를 만들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상상했는지 아니면 블록체인 기술로 할 수 있는 아이템 중 전자적 화폐를 선택한 것인지 그 선후관계는 알 수 없지만,

블록체인의 첫 번째 창조물 아담 비트코인은

매우 견고하고 강한 화폐적 속성을 갖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베트콩과 레지스탕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냐 없냐 하는 논란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는 않을게요.

오직 분명한 사실은 이미 화폐적 '현상'은 폭넓게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직접 채굴이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테크니션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결제나 송금의 수단보다는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표현하면 법정화폐의 인플레 위험성을 헤지 hedge 하려는 금 투자와 유사한 것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정크본드 같은 초위험 상품처럼 '커다란 이익'을 얻으려는 투기적 목적일 수도 있지요.


어떠한 동기에서건 비트코인의 확산은 기존 화폐 체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IMF 같은 제대로 쎈 경제위기가 왔다고 상상해 보죠.

원화 KRW는 경제위기에 무척 취약한 통화입니다.

그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생깁니다.

그런데 금이건 달러건 다 '정부'의 통제 범위 내에 있는 체제 순응형 자산들입니다. 달러 등의 외화는 은행만 틀어잡고 있어도 일반 개인들은 살래야 살 수도 없고, 금 역시 금은방에 매매 금지 조치만 내려도 개인 간의 직접 거래는 거의 불가능한 돌덩이에 불과해지죠.


그런데 비트코인은 다릅니다.

아예 전국의 인터넷을 몽땅 막아버리지 않는 이상 P2P 기술에 근거한 블록체인망에서 돌아가는 비트코인은 정부가 통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겁니다.

분산된 점조직은 생각보다 매우 쎕니다. 월남전의 베트콩 부대처럼, 2차 세계 대전의 레지스탕스처럼.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


기존 화폐 체제에 대한 불안과 걱정

우리나라는 사실 꽤 괜찮은 나라입니다. 최소한 브라질, 베네수엘라, 터키, 우크라이나 이런 나라들 보다는요. 이들 나라에서는 모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는데,

정부가 돈을 너무 너무 너무 많이 풀어버린 결과

라면이나 생수 같은 생필품 가격이 매일매일 오르고 또 오르고 자꾸 올라서

한 달 만에 두배가 되고 일 년 만에 몇 배 몇십 배가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월급도 같이 오르면 좋겠지만... 그럴리는 절대 없지요.

한 시간 알바해서 받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한 달 전엔 라면 한 박스를 샀는데

오늘은 껌 하나 사 먹지도 못하게 되는 겁니다.

돈, 지폐, 통화가 화장실의 휴지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거죠.


겪어보지 않으면 이 화폐가치의 추락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위의 사례들이 다 조그맣고 힘도 없고 뭔가 허술한 듣보잡 나라라서 그러려니 생각할 수도...  오산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사례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거든요.

세계 1차 대전 이후 독일은 패전국으로서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화폐를 찍어내면서 초인플레이션은 시작되었다. 1923년 1월 31일 1달러당 4만 9천 마르크였던 환율은 1923년 10월 31일 1달러당 252억 마르크까지 상승했다. 화폐가치가 9개월 만에 60만 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사람들이 생맥주 집에 가면 한꺼번에 여러 잔을 주문해서 앞에 놓고 마셨는데, 그 이유는 맥주 김 빠지는 속도보다 맥주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할머니가 돈 바구니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도둑이 돈은 그냥 두고 낡은 바구니만 훔쳐갔다. 낡은 바구니의 가치가 돈더미보다 높았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인플레는 법정 화폐가 적정량보다 많이 풀리면 생깁니다.

세상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급격한 인플레가 발생하면 금이 진짜 금값 됩니다.

그런데 금과 비슷해 보이는 또 다른 대체재가 생겼다면요?


비트코인의 터닝포인트

비트코인의 가격에 변곡점이 된 이벤트들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비트코인은 키프로스, 베네수엘라 사태 등 기존 통화체계의 불안감과 인플레 위험성이 커지면 올라가고,

일본의 비꾸카메라처럼 실물경제에서의 사용처가 늘어나 지불결제 가능성이 높아져도 올라가며

마운트곡스 해킹 등 거래 시스템의 안정성이 의심받으면 하락하더군요.

이건 현상 그 자체입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호의적이건 회의적이건, 이 세계에 발을 담근 사람들은 경제 사회 기술적 변수에 반응하며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특히,

국제 간 통화 질서의 왜곡과 불균형,

무제한 발권력에 근거한 양적완화,

만성적인 저성장과 경기 불안 상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하나의 안전자산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과 판단을 옳다 그르다 재단할 수 있는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겠죠.

자기가 좋아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것 하나 없는 자연적 현상입니다.

크고 무겁고 안정적인 주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3년 전에 삼성전자를 샀을 것이고,

작고 빠르고 공격적인 주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3년 전에 셀트리온을 샀겠지요.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삼성은 쉽게 망하지 않겠지만 따블 따따블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을 것이고

셀트리온은 지금에야 초대박 났지만 그때 당시엔 사느냐 죽느냐의 치열한 베팅을 감내해야 했을 겁니다.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기적, 램시마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왜 살까요?

다른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제 위기 특히 인플레와 관련된 통화 위기의 가능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두려는 것은,

만약을 대비해 금을 사두려는 욕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디지털라이즈 수준이 높고 새로움에 대한 호의가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 속에 금보다 더 편하고, 금보다 더 안전하고, 금보다 더 정직한 속성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비트코인은

매우 논리적이고 매우 상식적인 투자일 수 있습니다.


@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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