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소환하는 금융의 미래 #3
장난감, 사기, 도박장, 내재가치 제로, 데드크로스, 끝장...
비트코인에 대해 유시민 작가가 한 말입니다.
사토시가 모습을 드러내면 아마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라도 할 법한 저주와 막말이네요.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뭘 들고 있어야 흥할까요?
1달러에 천 원 하는 한국 '화폐'를 꿋꿋이 챙기며 정기예금 들어 놓으면 되는 건지,
아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주식을 사놓으면 든든한 건지,
대출 왕창 받아서 강남 아파트 한 쪼가리는 무조건 들고 있어야 먹고살 만 해지는 건지...
인터넷은 정말 위대합니다.
예전에는 초절정 전문가들이나 접할 수 있던 고급 정보들을 인터넷에선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지요.
세상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지 궁금해서 조사를 좀 했는데...
그전에 딱 한 가지,
'GDP'에 대해서 아주 쪼~끔만 사족을 달아보겠습니다.
요즘 부동산 대출받을 때 은행에서 DTI 나 DSR과 같은 지표들을 체크합니다.
예전에는 아파트 가격 대비 대출금액이 몇% 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LTV를 중시했지요. 아파트값은 '어차피' 떨어지지 않을 테니 대출받는 사람이 누구이건 '담보'만 확실하면 문제없다 생각한 거죠.
그런데 이제 은행은 '당신이 버는 돈'이 얼마인가를 물어봅니다.
연봉.
버는 돈이 많으면 대출이 많아도 갚을 수 있겠으나,
버는 돈이 없으면 아무리 담보가 탄탄해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연소득 혹은 연봉은 로또를 맞거나 갑자기 큰 병이 들지 않는 한 크게 변동하지 않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망하거나 퇴사를 하여도 비슷한 수준의 다른 회사에서 또다시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개인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돈이 연봉이라면
기업은 매출, 정부는 세금이 될 것인데
이를 몽땅 합쳐 국가의 단위에서 바라보면 바로 국내총생산 GDP가 됩니다.
GDP는 한 국가의 경제주체들이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의 합계' 입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GDP도 크게 변동하지 않습니다.
국가 경제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의 총체적 현실이자 잠재력이기 때문에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며 서서히 움직일 뿐, 갑자기 작년보다 두배가 되거나 반토막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따라서 GDP는 한 국가의 여러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매우 유용한 기준점, 척도가 됩니다.
자, 이제 갑니다~
각 국가들의 GDP를 기준으로 통화가 얼마나 많이 풀렸는가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통화량을 측정하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크고 넓은 관점으로 계산한 M3라는 것이 있더군요.
다행히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발표하는 지표여서 국가 간 비교에는 딱 좋아 보였습니다.
저는 유시민 작가 같은 '경제학자' 출신은 아니니까 보다 깊은 공부를 원하시면 그분께 여쭤보시고~
먼저 미국부터 둘러보겠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자료인 2016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GDP가 19조 달러이고 M3는 13조 달러였습니다. GDP 대비 68%의 달러가 풀려있네요. 말이 13조 달러이지... 우리나라 돈으로는 1경 3천조원에 달하는 어마 무시한 양입니다. 미국의 M3는 부정확하다는 말도 있지만, 이 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겁니다.
영국을 보니 그간의 변화가 크게 느껴집니다. 1980년에 GDP 대비 69% 였던 통화량이 2010년에 156%까지 갔다가 이제는 142%로 조금 줄어들었네요. 그런데 미국의 68%에 비하면 따블이 넘습니다. 국력에 비하여 통화 발행량이 꽤 많아 보이지만, 팽창 일변도의 통화정책을 끝내고 최근 들어 긴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습니다.
오호, 일본을 보니 역시 양적완화 원조 국가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마구마구 통화량을 늘려나가 지금은 GDP의 2.5배가 넘는 엔화를 세상에 뿌렸습니다. GDP는 미국의 4분의 1밖에 안되는데 통화량은 1경 3천조원으로 미국이랑 맞장 뜨고 있는 상황인 거죠. 아베가 있는 한 이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고성장도 결국 정부의 돈질이 한몫을 차지한 겁니다. 불과 10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세계경제규모 2위로 빠르게 도약했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GDP 대비 2배가 넘는 2경 6천조원의 위안화가 춤추고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만만치 않습니다. 희한하게 한중일 아시아 3대 국가 모두 GDP 대비 2배 수준의 통화가 유통되고 있고 공교롭게 그 세나라 모두 비트코인의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참 희한하지요.
유시민 작가가 그렇게 옹호하는 '진짜 화폐'의 민낯이 사실 이런 겁니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이 위기 국면인지 아닌지, 버블인지 아닌지, 인플레인지 아닌지 경제학자가 아닌 저로서는 무어라 말씀드리기 어렵겠네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 댄다고 비난했던 미국보다,
전 세계 금융의 메카이자 허브인 영국보다,
한중일 3개국 정부는 더욱 공격적이고 확장적인 통화 정책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그럼 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딴 나라는 제쳐 두고 한국의 상황에만 집중해 보겠습니다.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돈을 풀어 왔는데
돈 푸느라 나랏빚도 많이 쓴 것 같고
주식 시장에도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지만
부동산을 빼놓고 한국 경제를 설명하긴 어렵죠.
2000년에 2천조가 안되던 전국의 땅값이 2016년엔 7천조가 되었습니다.
건물 가격을 뺀 순수한 땅값만 놓고 본 겁니다.
우리가 뭐 해외 정복 전쟁을 한 것도 아니고 늘어난 땅은 하나도 없는데
땅값만 5천조 원 비싸진 거죠.
우리가 번 돈의 대부분,
우리가 빌린 돈의 대부분을
땅값 올리는데 온전히 쏟아부은 겁니다.
전 국민에게 1억 원씩 나눠줄 수 있는 이 엄청난 돈을 말입니다.
일본의 버블 붕괴와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성장 정체를 두고,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는 말을 하는 분이 계십니다.
네 맞아요,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그동안 쌓아 올린 땅값 거품을 절반 이하로 덜어 냈죠.
그런데 한국은 IMF사태 때 반짝 정신 차리나 싶더니...
이후로는 주야장천 일본과 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뭐 단순히 이 숫자 하나만 가지고 한국 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의 위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부동산 가격의 적정성을 측정하는 수많은 지표들이 있고 어떤 지표는 분명 한국이 일본보다 양호할 겁니다.
하지만 도대체 이 우상향 그래프의 끝은 어디일까요?
그 끝의 다음 차례엔 무슨 일이 생기게 되는 걸까요?
비트코인은 묻습니다.
화폐로서의 내재가치가 얼마나 부족한지 모르겠지만,
거꾸로 현재의 '화폐들'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늘어난 통화, 늘어난 부채, 늘어난 자산 대부분은 땅으로 갔습니다.
땅값이 흔들리면,
자산은 줄고
부채는 갚아야 하고
통화는 요동칠 겁니다.
한국 땅에 사는 사람 중에,
경기가 안 좋아질 것 같다...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
부동산에 버블이 끼었다...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원화의 미래가 불안하다 생각한다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달러나 금을 사두려는 욕망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포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