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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바라보는 사람들

단편소설

by 남궁인숙


카페 창가 자리에는 늘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하나는 작은 노트를 펼쳐 놓고 글을 쓰는 여자,

다른 하나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종종 그녀를 훔쳐보는 남자였다.


둘은 한 번도 말을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서로의 존재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여자는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남자는 창가 빈자리를 먼저 확인했다.


오늘도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앉았다.

말은 없었다.

그저 눈길이 우연을 가장하며 몇 번 스쳤다.

하지만 그 몇 초가 두 사람 하루의 가장 길고 깊은 순간이었다.


여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렇게 묵묵히 바라보는 일도 사랑일까?’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끌림,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온도,

부담스럽지 않은 기대.

그 어느 것도 사랑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지만,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하기에도 어려운 감정이었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커피잔을 손끝으로 돌리며

그녀의 조용한 집중을 바라보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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