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 초입의 공기는 묘하게
가을과 겨울 사이에 걸쳐 있었다.
나뭇가지는 마른 잎이 하나 들 달려
앙상했다.
땅에서는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기 위한
고목이 몸을 가볍게 만들면서 숨을 고른다.
바닥의 낙엽은 마르고, 부서져 발밑에서
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조차 산에서는 자연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온 것은
안내판이다.
‘우이령에서 보이는 오봉의 유래.’였다.
한 마을 사람들이 원님 딸에게 장가를
가기 위해서 산 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렸다는 전설이다.
그리고 화강암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만들어낸 ‘토르(tor)’라는 지형이 생겨났다.
문장을 읽고 나서 주변의 거대한 바위를
다시 보니, 시간이라는 조각가가 얼마나
성실한지 새삼 느껴졌다.
조금 더 올라서자 반바지 차림의 러너들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가볍게 뛰는 사람들의 등은 모두 다른 삶의
속도를 품고 있었다.
누군가는 목표를 향해,
누군가는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단지 뛰는 행위 자체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들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산에서는 빠르기와 느리기가 의미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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