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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의 시작은 영유아기부터

by 남궁인숙


AI시대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의 '문해력'

이야기가 요즘 교육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초등 1학년의 읽기와 이해의 격차가 무려

다섯 해까지 벌어진다는 보고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격차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의 문해력은 초등학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유아기의 언어사용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며

만들어지는, 매우 긴 시간의 결과다.


스마트폰 화면이 아이들의 시선을 붙들고,

짧고 빠른 영상이 사고의 흐름을 덮어 버리는

동안, 아이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천천히 듣고, 마음속에서 의미를 구성해

내는 능력이다.

‘왜?’

라고 묻고,

‘무슨 뜻일까?’

라고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순간들이

줄어들었다.

한 편의 그림책을 읽을 때 아이들이

경험하는 느린 호흡,

페이지를 넘기며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어휘와 감정은 결코 영상이 대신할 수 없다.


유아기부터 책을 자주 접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단순한 독서량의

문제가 아니다.

대화의 양,

어휘의 폭,

감정을 설명하는 능력, 이야기 구조를 이해하는 힘이 함께 자라난다.

이것들은 초등 교과의 뿌리가 되는 능력들이다.

말로 묘사하고,

듣고 이해하며,

상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아이는 문맥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게

된다.

그 바탕이 충분하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이 비로소 ‘이해’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



어린이집 입학 상담 시 종종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직 글 못 읽어도 괜찮죠?"

"학교 가서 배우면 되겠죠?”

하지만 문해력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읽기 전에 이미 형성되어야

하는 ‘말하고 듣는 힘’의미한다.

말하기와 듣기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대화를

경험했는지,

어른이 건네는 문장이 몇 번이나 확장

되었는지,

그림책 속 세계를 함께 탐색한 시간이 얼마나

쌓였는지가 결국 문해력의 갈래를 만든다.


문해력의 격차는 유아기의 환경 격차에서 시작된다.

말로 감정을 표현해 주는 부모,

천천히 단어를 설명해 주는 교사,

이야기 한 편을 끝까지 이어 가는 경험,

이것이 쌓일 때 아이들은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스스로 사고의 영역을 확장한다.

반대로 빠른 자극에 익숙해진 아이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기 어렵고,

글과 문장을 해석하는 힘이 쉽게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영유아 교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아이들에게는 말이 풍성하게 흐르는 공간,

즐거운 어린이집이 있어야 한다.

즉 자유롭게 영역별 선택의 놀이 시간이

필요하다.

책 냄새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시간,

동화 읽기 시간이 있어야 한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교사와우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언어는 시간을 들여 쌓아야 하는 힘이고,

문해력은 관계 속에서 자라는 능력이다.


결국 문해력의 시작은 초등 교실이 아니라,

오늘날 어린이집 보육실에서 아이에게

건네는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흘러갈까?”라는

질문 하나가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한 권의 그림책이 아이의 평생 배움의

토대를 만든다.

문해력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이며,

그 첫 장은 영유아기의 작은 이야기에서

열린다.



https://suno.com/s/J8vH8ndEeAJIPdO7




천천히 피어나는 말꽃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말 한 줄이 길을 열고

그림책 한 장이 꿈을 품네

천천히 듣고, 천천히 말할 때

아이 마음에 문해력 꽃이 피네


2절

짧은 화면 스치면 사라지고

느린 이야기 마음에 남아

손잡고 읽는 그 작은 순간이

평생의 힘으로 다시 자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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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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