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빼앗아간 커피

17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는 지금의 카페와

전혀 달랐다.

향긋한 음악도, 연인들의 속삭임도 없었다.

그곳은 오로지 남성들의 공간이었다.

정치 이야기, 무역 정보, 철학과 소문이

오갔고, 커피는 그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 주는 연료였다.

문제는 남편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내들은 저녁 식탁에 혼자 앉아 있었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기다리다 잠들었다.

남편들은 술집이 아니라 커피하우스에

있었다.

취하지도 않았고, 집에 오면 폭력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한 정신으로 세상을 논하고

있었다.

그게 더 문제였다.

1674년, 영국의 여성들은 결국 목소리를

냈다.

제목부터 직설적인 한 장의 팸플릿이

배포된다.

'커피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청원서

(The Women’s Petition Against

Coffee)'였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남편들이 커피하우스에서 시간을 낭비하며

가정과 아내를 돌보지 않는다.”라고.

이 글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

여성들은 커피를 음료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협으로 인식했다.

커피는 남편의 시간을 빼앗았고,

대화를 바꾸었으며,

가정의 중심을 이동시켰다.

술은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지만,

커피는 남편을 사회로 데려갔다.

커피하우스는 집보다 흥미로운 공간이었고,

아내보다 논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남성들은 ‘남편’이 아니라

‘시민’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여성들의 분노는

커피의 힘을 증명하였다.

커피는 일반 기호식품이 아니었다.

사람을 깨웠고, 대화를 만들었으며,

관계의 무게중심을 가정에서 사회로,

사적인 삶에서 공적인 세계로 이동시겼다.

그래서 여성들은 커피를 미워했다.

정확히 말하면, 커피가 만들어낸 새로운

남편의 얼굴을 두려워했다.

지금의 카페는 남녀 모두의 공간이 되었고,

커피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 오래된 팸플릿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이 한 잔이, 과연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를 묻는다.

커피는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마저도

깨어 있게 한다.

참고 자료

The Women’s Petition Against Coffee (1674, England pamphlet)

Brian Cowan, The Social Life of Coffee, Yale University Press, 2005

https://suno.com/s/PnSsRG9GAhkKTiKr

커피하우스에 남겨진 저녁

커피하우스에 남겨진 저녁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촛불은 다 타가고

식탁엔 식은 빵

문은 열리지 않고

시계만 나를 본다

술집이면 차라리

비틀대며 돌아올 텐데

당신은 오늘도

깨어 있는 곳에 있겠지

잔은 비워졌는데

대화는 끝나지 않고

집은 조용한데

세상은 너무 시끄럽다

당신을 데려간 건

다른 여자가 아니라

검은 한 잔의 향기

커피였다는 걸

나를 떠난 게 아니라

세상으로 간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

나는 어디에 남아

2절

아이들은 잠들고

나는 이름을 부르다

창문에 비친 얼굴을

혼자서 접는다

당신은 시민이 되고

나는 기다림이 되고

같은 하루를 살았는데

다른 밤을 건넌다

집은 점점 작아지고

의자는 하나 남고

당신의 생각은

늘 나보다 멀다

당신을 데려간 건

다른 여자가 아니라

밤을 밝히는 말들

커피였다는 걸

취하지도 않은 채

돌아오지 않는 이유

깨어 있다는 건

이별과 닮아 있다

오늘도 커피는 식고

당신의 자리는 비어

세상은 또 한 잔을 들고

나 없이 깨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