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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무료

크리스마스 사진 찍기 놀이

by 남궁인숙


여행 중에 일행 중 한 명이 크리스마스

양말을 선물로 사 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연말이고, 그냥 재미로 고른 작은

선물이었다.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잠옷을 입고

양말을 신었다.

각자 다른 무늬, 다른 색, 다른 모양,

양말에는 눈사람이 있고, 별이 있고, 작은

그림들이 발끝에 앉았다.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가 취하라는 포즈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까르르 웃는다.

양말 한 켤레로 마냥 행복하다.

바닥에 둥글게 모여 서서 발만 내밀고 웃었다.

“누구 발일까?”

사진 찍기 놀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사진에는 그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말이 많지 않아도 되는 시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양말 하나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큰 계획을 세운다.

어디를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날의 즐거운 기억은 양말 하나에서

시작됐다.

누군가의 작은 마음,

그걸 기꺼이 받아들이고

같이 장난을 친 사람들이 있다.


사진 속 발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누구의 발일까?'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발들이 같은 방향으로 서 있었고,

같은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런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양말 하나로 충분했고,

그렇게 우리의 남은 생의 가장 젊었던 오늘은

눈부시고 따뜻했다.




https://suno.com/s/pJ5LhASRlpTqoptP



사진 찍기 놀이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

누가 먼저 꺼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양말 하나

연말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웃었지

괜히 발끝을 맞추고

바닥 위에 서서

이상하게도

지금이 좋았어


사진 찍기 놀이

얼굴은 없어도

우리는 다 알아

누가 거기 있는지

양말 하나로

이렇게 웃을 줄

그땐 몰랐어

이 시간이 선물일 줄


2

대단한 계획도

특별한 장소도 없이

그냥 함께였다는 이유로

기억이 돼

마지막 후렴

사진 찍기 놀이

다시 보게 되면

아마도 웃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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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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