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학원 동기의 부고를 받았다.
예순이라는 나이가 이렇게 가볍게 무너질
수 있는 숫자였던가.
그의 스무 살은 눈부셨다.
학원재단을 운영하던 집안의 아들이었고,
반듯한 외모에 건강한 체구, 서글서글한
눈매, 어디에 있어도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그에게는 늘 미래가 예정되어 있는 듯
보였다.
우리는 좁은 강의실에서 함께 토론했고,
그는 늘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세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내로 돌아와 대학교수로 활발히
활동했다.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안정, 외형적으로는
성공의 정석을 밟아온 삶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그런데 오늘, 그의 이름 앞에 ‘고(故)’라는
글자가 붙었다.
갑작스러운 소식 앞에서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떠올랐다.
인생의 길흉은 예측하기 어렵고, 지금의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다시 복이 된다는
그 고사는, 늘 교훈처럼 들렸지 실제의
체온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그 말이 관념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삶을 선형적으로 젊음은 가능성,
학위는 성취, 직함은 안정, 그리고 그 이후는
완만한 지속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고,
때로는 예고 없이 꺾인다.
축적된 이력과 성취가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완충 장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늘하다.
그의 20대는 찬란했고,
40대는 분주했으며,
50대는 안정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60세에 멈췄다.
남은 것은 경력과 직함이 아니라, 함께
공부했던 기억과 웃음, 그리고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편들뿐이다.
'새옹지마'라는 말은 단순히
'좋았다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니다.
어쩌면 그 말은, 지금의 형편이나 지위에
지나치게 안도하지도, 절망하지도 말라는
조용한 당부일지 모른다.
오늘의 성공도, 오늘의 실패도, 결국은
과정의 한 장면일 뿐이라는 것.
그의 죽음은 지금 나는 무엇을 붙들고
있는가. 직함인가, 자산인가, 체면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관계인가, 하루하루의
충실함인가를 나에게 묻는 것 같다.
인생에서 60이라는 나이는 많은 나이가
아니다.
그리고 인생은 우리가 계산한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몇 사람의
이름을 떠올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 시절의
기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인생은, 끝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위에 놓여 있으므로.
https://suno.com/s/s5dBJ1ErbGRrp10j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
부고한 줄에 멈춰 선 하루
젊은 날 웃음이 스쳐 지나가
빛나던 교정의 푸른 하늘 아래
우린 영원할 줄 알았지
미국행 비행기구름을 가르며
꿈을 안고 떠나던 그 뒷모습
교수라는 이름, 단단한 자리
그 모든 시간이 흐르고
음~~
인생은 바람 같은 것
잡으려 하면 흩어지고
웃음 뒤에 눈물 있고
눈물 끝에 또 아침이 오네
새옹지마라 말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무겁다
남겨진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지금 이 순간의 숨결
2
잘생긴 청춘, 건강한 걸음
세상이 먼저 손 내밀던 날들
하지만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닌 채
조용히 등을 돌렸네
성공도 명예도 멈춘 자리
남은 건 기억 몇 장뿐
함께 걷던 그 계절의 공기
가슴 깊이 스며든다
음~~
인생은 바람 같은 것
잡으려 하면 흩어지고
웃음 뒤에 눈물 있고
눈물 끝에 또 아침이 오네
새옹지마라 말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무겁다
남겨진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지금 이 순간의 숨결
음~
내일을 당연히 여기지 말자
오늘을 미루지 말자
숨 쉬는 이 밤이
기적이라는 걸
음~~
인생은 흐르는 강물
거스를 수는 없지만
함께한 시간만은
우리 안에 남아 있네
새옹지마 그 말처럼
기쁨도 슬픔도 지나가고
다만 사랑했던 기억은
끝내 사라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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