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직원들은 일 년에 한 번씩 꼭 건강검진을 받게 되어있다.
매년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일은 참으로 자주 돌아온다.
그만큼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1월이 되었고,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오늘은 마침 건강검진일이다.
건강검진을 받는 일 자체가 번거로운 작업들이다. 옷을 탈의하고 환자 가운으로 갈아입고 순차적으로 혈액검사, 소변검사, 영상촬영, 시력검사, 유방암 검사, 자궁경부암 검사, 위장내시경 검사들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위를 검사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가 진행되었다.
생으로 내시경 하는 일은 죽는 일만큼 싫다.
내시경 받는 전날부터 12시간 굶고 위장을 비워내야 한다.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수면으로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수면으로 내시경을 하기 위해서는 마취를 해야 한다.
왼쪽 손등에 주삿바늘을 꽂고 마취제를 투입하는데 주삿바늘의 위치가 잘못되었는지 주삿바늘 꽂은 옆으로 마취액이 흐른다.
내시경실 간호사는 연신 죄송하다고 하면서 오른쪽 손등에 주삿바늘을 다시 꽂으면서 마취액을 주입한다.
조금 있으면 잠이 올 거라고 얘기해 준다.
눈을 부릅뜨고서 '나는 절대로 잠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속으로 약속해 본다.
메스꺼운 느낌에 헛구역질을 세 번 하고 났더니 침대를 옮겨가는 느낌이 온다. 회복실로 들어선 것 같다.
마취액을 주입했으나 나는 잠이 들지 않았고, 마취가 덜 된 상태에서 내시경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화를 냈다.
아니 화를 내고 싶었으나 혀가 어눌해서 겨우 소리만 나온다.
수면마취를 하기로 했는데 왜 마취가 안되었는지 따져 물었다. 그리고는 영양제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마취 중인데도 '내 몸은 소중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수액의 양이 너무 많아서 누워있는 내내 허리가 묵직하니 지루해졌다.
잠시 후 옆 침대에서 코 고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옆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마취된 상태에서 잠이 들어서 코를 고는 것 같다.
잠깐 있으니 낭랑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환자분 방귀는 나왔나요?"라고 한다.
"아뇨. 안 나왔어요....... "라는 어르신 목소리가 들려온다
또다시 간호사는 "환자분! 방귀를 뽕 해보세요. 자, 다시 방귀 뽕 해보세요!"라고 한다.
나는 옆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간호사의 아무렇지 않게 낭랑한 목소리로 본인의 업무를 보는 상황이 웃기기도 했고, 그 간호사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있어서 놀랍기도 했다.
"방귀가 나오지 않으면 나중에 배가 아파요. 가스를 분출시켜야 배가 아프지 않으니 다시 한번 방귀 뽕 해보세요"라고 한다.
나는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 안 나와요... 아직....." 간호사 앞에서 방귀를 뽕 하고 소리를 내야 하는 어르신의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들어있었다.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데 꾹 참았다.
수액이 거의 닳아질 무렵 커튼을 열고 간호사를 불렀다.
조금 전에 옆침대 환자에게 방귀 뽕을 해보라고 하신 간호사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내시경 후 배에 가스가 많이 차 있어서 방귀가 나오지 않으면 배가 무지 아프거든요."라고 대답한다.
이 간호사 쫌 멋있어 보였다.
지루하게 누워서 넋 놓고 영양제 액이 떨어지는 것만 바라볼 뻔했는데 간호사의 친절한 행위가 날 즐겁게 해 주었다.
자기 직업에 충실한 간호사의 자상한 모습을 보면서 병원 회복실에 누워서 영양제까지 맞으니 이 또한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
오늘은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가 많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