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어스름 둑길을 달려본다. 매일 달리며 걷는 산책로지만 풍경은 날마다 다른 수채화를 담아낸다.
우리의 삶은 무엇을 담아내고 있는 것일까?
장마 끝에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통통 여문 곡식 알맹이 터지듯 흐르고, 둑길의 풀숲에서 노래하는 밤벌레의 달빛 타령은 노란 금빛을 머금고 있다.
물길을 스치는 바람의 숨소리는 가을을 재촉한다. 강물에 반영된 도시의 빌딩 숲 사이로 하루의 해가 가슴 저 아래에서 나오는 슬픔을 안고 저물어 간다. 마음을 가로 지어 보지만 삶의 긴 여정에서 오는 슬픔은 가슴 한편으로 저며 온다.
강물은 달빛 따라 반짝이며 바람결에 소리 없이 흐르네.
강변의 둑길 아래 반영되어 비추는 어느 곳, 그 자리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라고 하네.
추억은 새록새록 솟아올라 기억을 더듬어 보라 하네.
강물은 내 짐이 무거웠던 그 시절을 기억하라고 하네.
세월을 엮느라 청춘을 흘려보낸 여유 공간 없는 내 앞에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은 여전히 젊은이의 모습으로 거만을 떨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라고 하네.
넘치는 아름다움과 함께 폼 나게 우쭐거리며 흘러가네.
강물의 반영은 가물거리는 기억을 추억하게 만드네.
기억의 저편에서 채우지 못하고 허둥거리며 비워버린 시간들,
어수선한 험난한 세월은 알아서 홀로 견디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라고 하네.
강물은 물빛으로 반짝이며 옳곧게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