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좋아

by 남궁인숙

나는 지금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한 여름에 왠 뜨거운 아메리카노야?”라고 말할 수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아무리 바깥 날씨가 더워도 나는 항상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고집한다. 피곤할 때는 커피의 진액이라고 하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에스프레소를 생각한다. 여울이와 함께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 근처의 트레비 분수대 앞에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마신 에스프레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아메리카노는 원 샷보다는 투 샷을 좋아한다. 아침에 출근하여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정신을 맑게 해 주어 좋고, 퇴근 무렵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

원두 판매점에 가게 되면 에티오피아 여인이 섬섬옥수 손길로 따낸 커피나무의 열매가 잘 말려져서 적당하게 구워진 맑은 향이 나는 것으로 골라 사는 것이 좋다.

굽지 않은 것을 사서 구운 향이 날 때까지 달달 갓 볶은 후 그라인더로 갈아서 유리 드리퍼에 내린 고급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커피 애호가가 아니라면 너무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흔히 가정에서 그라인더를 두고 쓰지 않기 때문에 원두 판매점에서 갈아오거나 커피 전문점에 가지고 가면 무료로 갈아주기도 한다.

유리로 된 드리퍼에 두 숟가락 정도 담아서 포트의 주둥이를 살 살 돌려가며 뜨겁고 까만 액체를 받아낸다. 나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플라스틱 드리퍼를 사용한다. 이것은 유리제품은 아니지만 쓸 만하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90년 전후 고종황제 시대라고 한다.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시기에 러시아인 손탁으로부터 커피를 제공받아 마시게 되었는데 고종황제는 커피의 쓰고도 달달한 맛을 즐기며 국사의 시름을 잊곤 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ㅎㅎ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라는 노래로 시작되는 커피 CF가 있다. 10cm라는 가수가 부르는데 방송 심의과정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었다고 한다. 가사가 얼마나 야해서? 들어보니 별것 아니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깊어 깊어 깊어

어떻게 하노 설탕 설탕 설탕

빼고 주세요 빼고 주세요

여자 친구와 싸우고서 바람피울 때

다른 여자와 입 맞추고 담배 피울 때

마라톤하고 감질나게 목축일 때

순댓국 먹고 후식으로

가수 이름도 특이하지만 그들의 음악적 재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0cm는 그들의 키 차이가 딱 10cm여서 지었다고 한다. ‘아메리카노’라는 곡을 쓴 것이 기특하기만 하다.

아메리카노(Americano)는 이탈리아인의 술이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인들이 칵테일을 즐기는 미국인들을 칭송하는 의미에서 칵테일 이름을 아메리카노라고 지었다는 설도 있고, ‘쓰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의 ‘아마로’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메리카노는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마신 음료다. 쓰디쓴 커피를 마시면서 어른이 되었다고 주민등록증을 들이대며 으스대던 시절부터 마신 음료다. 30년이 넘게 수없이 마셔댄 아메리카노! 그중에서도 **벅스의 아메리카노를 제일 선호한다.

아메리카노는 우울증을 예방, 체지방 분해 등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터들이 선호한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의 수치에 따라서 심박수가 높아지기도 하고 불면증이 올 수도 있다. 친구들이 요즘엔 늦은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올해 나온 신곡 중에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곡이 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 동동 띄워서 먹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매한 커피를 뜻하는 단어 같다.

연인인지 친구인지 분간 안 되는 애매한 사이의 연인관계를 비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비빔밥을 먹고도, 수제비를 먹고도, 낙지볶음을 먹고도, 자장면을 먹고도 한 끼 식사 대금에 버금가는 사치스러운 아메리카노를 찾게 된다. 키스처럼 달콤한 한잔 커피에 시름을 잊고 한 세상 어울렁 더울렁 살아볼 까나?

퇴근 후 아메리카노 한잔 때려 볼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