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엑스포역에서 내리자마자 여인네들은 장범준 가수가 부른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의 가사를 흥얼거린다. 4,50대 친구들 모두 이 구절만 계속하여 흥얼거리는 걸 보니 그다음 구절을 모르는 것 같다.
"여수 밤바다 ♫~~" "여수 밤바다 ♫~~"
20대 처녀들처럼 들떠서 렌터카에 몸을 싣고, 여수 해안도로를 달리며 계속적으로 '여수 밤바다'를 읊조리는데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누구 하나 그다음 가사를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거기까지 부르고 웃기만 계속........ 그래도 즐겁다. 여행이 주는 맛 일게다.
여행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를 둔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패키지로 단체여행을 온 것처럼 똑똑한 친구를 가이드 삼아 여행을 즐긴다.
편안한 휴식으로 위안 주는 비치 리조트,
우리의 위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맛 집,
고혹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눈과 입을 호강시켜 주는 경관 좋은 브런치 카페,
줄 서서 기다리다 목이 빠져도 아쉽지 않은 낭만포차,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짚트랙 타기,
동백이 져도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오동도,
예술인의 혼이 담긴 장도,
각종 해산물로 녹여낸 장인의 정신이 깃든 산해진미가 곁들여진 만찬,
맨들 맨들 동글동글 돌멩이가 포말 속에 반짝이는 몽돌해변 등 등.
이틀간의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고, 힘겨운 발걸음의 여행 끝자락에서 즐겁고 맛있는 여행은 하셨는지 안부를 묻는 렌터카 사장님과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KTX를 타기 위해 여수 엑스포역의 정문을 들어선다.
우리가 타야 하는 열차는 18개의 객실을 싣고 가는 긴 열차로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위풍당당하게 맨 앞에서 지휘하고 있는 1호차 객실이다.
바나나처럼 긴 열차를 따라서 보도를 터덜터덜 걸으며, 여행의 마지막까지 만보 걷기의 만보기 숫자를 높이며 겨우 내가 앉아야 할 좌석 앞으로 다가선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펑크 난 타이어처럼 펑퍼짐해진 엉덩이를 애플 힙이 되도록 최대한 좌석의 여백을 좁게 차지하여 앉아본다.
휴~~ 타이어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여행의 끝이다. 즐거웠다. 재미있었다.
묵직함을 품은 기차 바퀴는 레일 위에서 요술을 부리는 요정처럼 서서히 시동을 걸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방전된 휴대폰은 콘센트를 찾아 연결해본다.
휴대폰을 충전시키며 이틀간 찍어둔 사진도 정리한다. 휴대폰이 충전되듯이 집으로 향하는 마음가짐은 일상을 반짝 빛낼 수 있도록 100% 충전시킨다.
내일은 더 많이 함박웃음 지으며 '쉼'을 느낄 수 있었음에 안도하면서 지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