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에 오카리나를 샀다

by 남궁인숙

오카리나를 샀다


재밌겠다!

재밌겠다!

내일이 재밌겠다!

나이 60에 처음 오카리나를 샀다.

늦은 시간 뱀 나올까 불 수 없으니

내일이 기다려진다.

불면증이 친구 하자 손잡을까 무섭지만

날이 빨리 밝기를 기다린다.

이런 기다림이 언제 있었나 생각해 보니

밤새기를 기다리던 피 끓던 청춘이 생각났다.

오카리나가 피 끓던 20대로 나를 데려가 깜깜한 밤이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으로 퇴직한 지인이 왼손 글씨를 연습하기 위해 자작시를 썼다고 보내온다. “오늘 60살 기념 생일이라고 남편이 오카리나를 사줬어요. 오카리나를 유튜브로 배워볼 생각입니다. 괜히 설레어 시를 써봤어요 “라고 한다.

환갑을 맞아 남편에게서 맑고 고운 음색을 가진 이탈리아의 전통 관악기인 오카리나를 선물 받고, 그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왼손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시를 썼을 것이다. 시를 쓰는 내내 얼마나 설레고 떨렸을까?


양손으로 글씨를 쓰면 우뇌와 좌뇌가 동시에 발달할 수 있어서 되도록 양손을 사용하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우뇌 발달에 효과적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요즘 성경필사를 왼손으로 한다고 한다. 올해 6월 말 성경 5독을 마치고 7월 1일부터 6독은 내용을 간추려 쓰고 읽기를 시작했는데 눈이 아프다고 한다.

“돋보기를 쓰고 거의 하루 종일 읽고 쓰기를 하니 눈이 자꾸 침침해져요. 성경 따라 쓰기와 성경 읽기는 내 삶의 기쁨의 반인데요”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얼마 전부터는 인터넷을 뒤져 윤동주 시인, 노천명 시인 등의 좋은 시를 골라서 왼손으로 시를 써본다고 한다. 왼손으로 시를 써보니 ‘삐뚤빼뚤 다섯 살 때쯤 내가 이렇게 세상에 내 글씨를 내놓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옛 생각에 젖기도 하고, 성경 쓰기가 귀찮아지면 가끔씩 ‘오카리나를 샀다’처럼 자작시도 써 본다고 한다.

나이 60에 남편으로부터 오카리나를 선물 받고 배우려고 설레어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매사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 순수성을 지닌 채 흥분한 모습이다.

60이 되면 다시 '어린아이 같은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