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수의 계절이 오면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어렸을 때는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직업상 나는 매일 아침 여러 형태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이 등원할 때 밥을 먹고 온 친구는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치며 얼굴에 생기가 돈다.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면서 얼굴엔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은 먹는 음식이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다. 나는 음식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급 간식시간마다 먹는 것에 항상 감사할 수 있도록 지도하게 된다.
어린이집에서 점심시간마다 내가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밥은 맛있는지, 오늘은 어떤 반찬이 제일 맛있는지, 밥은 부족하지 않은지, 또 얼마나 잘 먹는지 꼭 확인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일이다.
가끔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하려고 서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어깨가 축 처져 땅만 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100% 집에서 아침밥을 못 먹고 나온 사람이다. 그분들이 아침 출근해서 멋진 기획안을 작성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침밥을 먹게 되면 두뇌가 활성화가 되어 자연발생적으로 뇌 회전력을 좋게 하므로 반드시 아침밥을 먹고 출근해야 한다. 아침밥을 잘 먹고 출근하는 사람은 그만큼 출세할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여성의 경제적인 활동의 증가로 여성의 시대가 되어버린 오늘날, 예전의 아버지들보다 요즘의 아버지들은 아버지의 권위가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교육을 할 때 예전보다는 대우받지 못하는 아버지들을 위해서 아침밥을 차려주고 식기 전에 가족들이 같이 밥을 먹자고 당부하곤 한다.
오랜 기간 숙성된 우리나라 전통 음식에는 된장, 고추장이 있다. 된장, 고추장, 국간장 등은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발효가 된 음식이다. 이렇게 좋은 먹을거리를 가지고 맛있게 밥을 짓고 보글보글 뚝배기에 끓여지는 된장국을 상상하며 오늘 저녁 식탁에 놓일 소중한 밥을 상상해 본다.
밥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 시인 고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