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어린이집 원장 생활

by 남궁인숙

한강변을 걷다가 새벽부터 사고 현장을 목격하였다.

운동기구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등 뒤에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뒤돌아보니 보행도로 옆 자전거 통행로에서 자전거끼리 부딪혀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몇 명이 나동그라지고 있다.

위험해 보인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여들고, 넘어진 일행 중 덜 다친 사람은 일어나서 넘어져 쓰러진 동료들의 상태를 살피면서 휴대폰으로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 남자는 쓰러진 자전거를 치우면서 넘어져 미동도 하지 않는 여성의 곁에서 뭔가 응급구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인 모양이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어느 누구도 응급처치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나가는 보행로를 막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과 쓰러진 자전거를 한쪽으로 치우는 사람 등등 제 각각 뭔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10여분이 지나도록 경찰관은 오지 않고, 119 구급차도 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게 가슴 졸이며 시간을 보내면서 기다리자니 경찰차가 먼저 도착한다.


쓰러진 여인의 남편으로 보이던 중년 남자가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왜 화를 내고 있는지 그 상황을 듣게 되었다.

쓰러져 위급한 사람 앞에서 구급차는 오지 않고, 경찰관은 의식도 없이 쓰러진 사람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고 화를 내고 있다.

경찰관은 당연히 ‘신원 파악이 먼저다’라면서 실랑이를 벌인다.

나도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가끔 아이들과 지내는 어린이집에서도 위급한 상황이 생긴다. 이러한 위급 상황에 안전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교직원들은 안전교육을 매월 받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오늘처럼 갑자기 대처할 시간도 없이 벌어지는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원장으로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정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등 여러 가지 사례를 공유한다.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았던 기억들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대처가 쉬워진다.

오늘 이 사고 현장에서 어린이집의 위험했던 상황들을 떠올리며 심장을 쓸어내린다.

아~~! 이 직업, 쉽지 않구나.

나와 상관없는 사고를 목격하고서 심장이 방망이질을 해댄다.

정년퇴직 후에나 심장이 나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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