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향기는 위장을 타고

by 남궁인숙

마늘이 추석선물로 들어왔다.

해마다 추석이 되면 집안 어르신께서 마늘을 선물로 보내주신다.

요즘에는 음식 할 때 마늘을 직접 까서 양념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밭에서 자라는 마늘을 뽑아서 흙을 털어낸 후 살짝 건조하여 선물로 포장해서 판매하는 지역의 특산품을 보내주셨다.



백화점에서 까서 파는 손쉽게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깐 마늘이 아니라 까지 않은 통마늘이었다.

선물을 받을 때마다 이 마늘을 어떻게 할까 늘 고민하다가 교직원도 주고, 옆집도 주고, 친구도 주곤 한다.

죄송하게도 선물 받은 통마늘은 딤채 안에서 약 일 년 동안 묵혀 있다가 썩어서 버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베란다에 놓아뒀다가 빼빼 말라 속이 텅 빌 때까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만큼 살림에 관심이 없고, 재미를 못 느낀다.

대부분 밀키트를 사다가 음식을 해 먹기 때문에 요즘엔 양념들이 더 필요 없어졌다.


올해 추석선물로 보내온 마늘은 교직원에게 반을 덜어주고 반은 집에 가져왔다.

1박 2일 동안 연수가 있어서 신발장 위에 놓아두고 다녀왔더니 벌써 마늘이 상하려고 하였다.

싱크대 위에 펼쳐놓고 과일칼로 두 시간 동안 서서 마늘을 깠다.

허리도 아프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 지문이 닳아져서 아렸다.

마늘을 까놓고 보니 생김새도 예쁘고 싱싱해 보이면서 맛도 있어 보였다.



삼겹살을 구워서 깻잎 한 장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마늘에 쌈장을 찍어서 얹고, 쌈을 싸서 한입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동실이 텅 비어 삼겹살 그림자도 없었다.

아들의 다이어트 식단인 닭가슴살만 냉장고에 덩그러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닭가슴살을 데워서 마늘을 슬라이스 해서 쌈장을 바른 뒤 닭가슴살 위에 얹어서 먹어 보았다.

음~~

맛있다.

마늘이 싱싱해서 매운맛이 진했지만 마늘향이 강한 것이 먹으면 힘이 나는 국산 마늘이었다.

몸이 조금만 수고하면 좋은 것을 제대로 맛볼 수 있지만 시중에는 쉽고 다 되어 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다.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편하기 때문에 소비욕구는 늘어만 간다.


까 놓은 마늘을 씻어서 스테인리스 채반에 담아 물기를 빼고 있자니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두 시간 동안 통마늘을 까느라 지문이 닳아져서 아리다고 했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양파를 까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는 마늘 까는 것이 더 낫고, 그동안 GMO 간장 등등 몸에 안 좋은 양념들만 먹었지만 그 손 때문에 몸에 쌓인 독소는 빠졌을 것'이라고 위로해 준다.

"근데 마늘 까는 너의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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