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의 꿈

그림 전시회

by 남궁인숙

그림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내가 출판하는 책표지를 직접 그리기 위해서였다.

직접 그린 표지의 처녀작이 2020년도에 출판되었다.

2년 뒤에 다시 두 번째 책이 나왔을 때는 미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책표지를 아주 예쁘게 그려서 출판하였다.

책 표지 덕분인지 아직도 한 달에 두세 권씩 팔려 출판사로부터 소정의 인세가 내 계좌로 꼬박꼬박 입금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어쩌면 나와의 약속인 것 같다.

년간 계획표에서 제하면 안 되는 시간인 것처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림 그리는 한 주의 두 시간만큼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반드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화실에서 드디어 전시회를 하겠다고 하였다.

화실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도 많고, 화실에 오랫동안 다니는 수강생들이 있기에 미술 선생님께서 1년에 한 번은 전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화실은 몇 개월 간 전시회 준비로 모두가 분주하였다.


나는 내 그림에 수없는 덧칠을 하였다.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몇 개월동안 같은 그림은 진도가 잘 나가지 않으니 그리는 내내 지루해졌다.

그만둘까 고민도 했었고, 하루정도 수업에 빠지기도 하면서 나와의 부지불식간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렇게 작품 한 점을 가지고 약 1년 정도를 씨름하였다.

전시회를 일주일 남겨둔 시점까지도 작품이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아직 수정할 곳이 많지만 전시회는 해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드디어 오늘은 전시회 오픈 날이다.

갤러리 카페에 전시를 하기 위해 화실에 있던 수강생들의 작품이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미술 선생님께서 많이 수고한 덕에 전시장에서 작품들이 빛이 나고 있었다.

그림처럼 시크하고 예쁜 우리 미술 선생님!

그녀는 화려한 오픈식을 위해 와인과 다과까지 꼼꼼하게 준비해 놓았다.

작품을 감상하러 오신 관람객을 위해서 사진촬영도 열심히 해주셨다.

수강생의 완성된 그림들을 전시장에 걸어 놓으니 화실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대충 놓여있을 때와는 다르게 대가들의 멋진 작품처럼 근사하게 보였다.


포스터의 제목은 [네모의 꿈]이었다.

미술 선생님께 포스터의 제목이 왜 '네모의 꿈'인지 여쭤보니 네모는 캔버스를 뜻한다고 하였다.

'하얀 네모로 된 캔버스 안에 무한한 정신의 꿈을 펼친다'라는 의미다.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수강생들을 보면 마치 무한한 세계가 담긴 꿈을 그리는 것 같다.

'마음을 잉태하는 작업이랄까?'

그들은 오로지 작품을 향한 열정으로 숨 죽이며 붓질을 한다.

그 속에서 나도 나만의 특별한 세상을 꿈꾸며 꿈을 향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전시를 시작도 하기 전에 화분이 배달되었다.

그래도 수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 동고동락하는 원장님들이 최고였다.

작품 전시회 한다는 얘기를 허투루 듣지 않고 오픈식 날 축하화분을 보내준 것이다.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마웠다.

책 출판했다고 귀찮게 하더니 이번에는 그림 전시회를 한다고 또 귀찮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지인들의 축하화분까지 놓인 전시장의 내 그림은 아마추어지만 하얀 전시장 벽면에 거장들의 그림처럼 걸린 것을 보니 뿌듯하였다.

같이 화실과 함께 한 첫 전시회로 2023년도 결실 한 개가 얻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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