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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an 22. 2024

파마를 했다

 오랫동안 흰머리카락을 커버하기 위해 뿌리염색을 해왔던 머리카락은 단백질이 빠져서 푸석푸석한 손상모로 변해버렸다.

대학생 때 이후로 긴 생머리를 계속 고수하였고 쇼트커트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긴 머리카락은 특별한 손질 없이도 묶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편리했다.

흰머리가 생기면서부터 2~3주에 한 번씩 뿌리염색을 하게 되니 머리카락은 말할 수 없이 상태가 나빠졌다.

찰랑찰랑하고 촤르르 윤기가 흘렀던 머리카락은 더 이상 생기발랄하지 않았다.

지푸라기처럼 푸석푸석해진 머리카락 때문에 약 5년 정도는 파마를 할 생각을 못했다.

5년간 긴 생머리를 고수하였더니 헤어스타일이 지겨워졌다.

아침마다 출근 전에 머리카락 말리는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드라이기로 억지로 말리니 머리카락은 더욱 질이 나빠졌다.


 최근에 마음먹고 파마를 해보기로 하였다.

미용실 원장님과 상의했더니 단백질을 듬뿍 주입하고 롯트를 말면 머리카락 손상도 덜하고, 파마도 잘 나올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장황한 설명에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5년 전에도 파마를 해보았지만 다음날 그냥 웨이브가 풀어졌었다.

흰머리 커버 염색을 자주 하는 머리카락은 파마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랫동안 독한 염모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보호하는 단백질이 거의 다 빠져서 파마를 하게 되면 머리카락은 검은 고무줄처럼 더욱 늘어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는 것도 알지만 지겨워진 머리카락은 쇼트커트를 하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이 없다.

계속 머릿속에서 파마할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에 파마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날이 좋아 파마하기 좋은 주말이었다.

미용실에 가서 2시간 동안 롯트를 말고 파마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고불고불하고 찰랑찰랑한 웨이브 머리카락을 생각하면서.......

시간이 다 되어서 롯트를 풀고 샴푸를 하고 의자에 앉았다.

풍성하게 웨이브가 있는 상상을 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전혀 풍성하지 않았고, 파마를 했었나 할 정도로 웨이브는 거의 없었고 머리카락마저도 늘어져서 마론인형의 인공머리카락 같았다.

어쨌든 열심히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매만져 주신 미용실원장님의 성의를 봐서 아무 말하지 않고 대금을 지불하고 나왔다.



 

 출근 전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치고 샤워하고 머리손질을 하는데 평소보다 20분이나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동안은 머리카락을 말리는 시간 때문에 출근시간을 서둘렀는데 오늘은 느긋하게 준비하고 출근할 수 있었다.

파마 덕분에 머리카락 말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파마머리는 머리카락에 물기가 남아있어도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 주는 제품을 발라서 정리해 주면 자연 바람으로 말려지기 때문에 드라이기를 사용하거나 특별한 손질이 없어도 되었다.


 어린이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교직원이 깜짝 반기며 말한다.

늘 생머리를 단정하게 빗어서 묶고 출근했던 원장님의 헤어스타일이 변한 것을 눈치채고

"원장님! 파마하셨네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녀가 보았을 때 원장님의 낯선 헤어스타일이 예쁘지는 않나 보다.

예쁘다거나 정말 잘 어울린다든가 이런 빈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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