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 생긴 예쁜 꽃

 경치 좋은 곳에서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아서 마치 봄날 같았다.

밖이 잘 내려다 보이는 2층집 넓은 창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점심을 우아하게 먹고 있었다.

대화를 하다가 창밖의 키가 큰 고목에서 꽃봉오리가 마치 버들강아지처럼 맺혀있는 것이 보였다.

연꽃처럼 예쁜 꽃이 나무에 매달려 피는 목련이었다.

"어머! 계절도 모르고 벌써 봄인 줄 알고 얘네들이 나왔나 봐."

"봄인 체인 계절에 속아서 벌써 나왔구나......"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갑자기 대화가 목련꽃으로 넘어갔다.

"목련의 고고함은 감히 따를 꽃이 없을 거야."

"목련은 희고 풍성한 꽃잎이 아름답지만 꽃이 오래가지 못해."

"떨어질 때는 무척 지저분해서 마치 냉장고 안의 오래된 바나나 껍질처럼 갈변해서

 길에 널브러져 있으면 너무 추한 모습이야."

"그래서 목련은 뒤끝이 작렬해, 하하하."

"그렇지만 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슬퍼."

우리는 목련꽃 이야기를 밥을 다 먹어갈 때까지 이어나갔다.

 우리가 대학 다닐 무렵 레코드가게 앞을 지날 때는 가수 양희은 님의 '하얀 목련'을 들을 수 있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고, 참 좋은 노래였다.

 목련에 관한 내용 중에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수로왕>의 이야기가 있다.

결혼을 하지 못한 김수로왕에게 신하들이 결혼을 권하였으나 김수로왕은 이를 거절하였고, 하늘의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어느 날 서쪽 바다에서 돛을 단 배 한 척이 북쪽을 향해 달려오자 김수로왕은 기뻐하면서 신하를 보냈다.

신하에게 목련나무로 만든 키를 바로 잡게 하고,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 북쪽 손님을 맞이하였다.

배 안에는 인도에서 온 아름다운 공주가 타고 있었다.

그 공주는 김수로왕의 왕비가 되었다.

목련은 이렇게 꽃 말고도 나무로써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삼국유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설화를 찾아보면 백목련과 자목련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옥황상제는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사윗감을 찾아 공주를 시집보내려고 하였으나 공주는 거절한다.

그녀는 포악하기로 소문난 북쪽바다의 신을 좋아하고 사모하였기 때문이다.

옥황상제가 반대를 하자 공주는 몰래 궁을 빠져나와서 북쪽바다의 신이 사는 궁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북쪽바다의 신은 이미 결혼을 하였으며 왕비가 있었다.

이에 충격을 받고 공주는 바다에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어버렸다.

이 소식을 듣게 된 북쪽바다의 신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자신의 부인에게 독약을 먹여 죽인다.(이해가 안 가지만.....)

그런 다음 두 여인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주고 북쪽바다의 신은 평생을 홀로 살아간다.

그 후에 두 여인의 무덤에서는 예쁜 꽃이 자라게 된다.

좁고 기다란 꽃잎이 달린 꽃이 활짝 피었다고 한다.

공주의 무덤에서는 눈부시게 새하얀 꽃이 피었고, 북쪽바다 신의 아내 무덤에서는 붉은색 꽃이 피어나서 각각 백목련과 자목련이라고 불렀다.

 시인 박목월 님은 <4월의 노래>라는 시에서 '활짝 핀 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라고 아름다운 시를 지어 목련꽃의 순수함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사진기를 열어 커다란 나무 위에 맺혀있는 꽃봉오리를 줌으로 당겨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꽃을 피우기 위한 꽃눈이 마치 붓모양과 흡사하였다.

겉에 긴 털들이 촘촘하게 메워져 있는 것이 긴 겨울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그동안 털옷을 입고 있었으리라.

눈이 시린 듯 꽃눈이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목련은 꽃말도 참 예쁘다.

첫사랑, 고귀함, 자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