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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r 07. 2024

애 봐준 공은 없다

 "애 봐준 공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2023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0.72명으로 4분기 출산율은 0.65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예상하고 인구대책을 아무리 세워도 백약이 무효하였다.

올해 2024년 신입학생의 입학 비율도 현저하게 떨어졌고 어린이집마다 미달사태였다.

정부에서는 출산지원금, 주택구입자금, 교육비 지원 등등의 거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출산을 독려하지만 출산율을 계속적으로 뚝뚝 떨어질 뿐이었다.

어린이집은 떨어지는 출산율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부모님 손을 잡고 등원하는 아이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보건복지부에서 만 2세 반의 교사 배치기준은 영아 7명당 교사 1명이 돌볼 수 있는 기준을 두었다.

이 배치 기준은 영유아보육법이 생긴 이래 2005년도에 기준을 정해서 2024년인 지금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보육교사의 손은 둘인데 영아 7명이 교사 한 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보육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므로 아주 소소한 안전 상황에서도 보육교사는 '애 봐준 공'이 없게 된다.

출산을 장려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배치기준은 진작에 변경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이 기준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새 학기를 맞아 새로 등원하는 아이들을 적응시키느라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일상이 분주하였다.

하루하루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영유아와 또 다른 내일의 즐거운 하루일과를 위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존원아 5명과 신입원아 9명 그리고 적응시키기 위해 오신 학부모님들까지 합치면 교실은 터져나갈 것 같다.

학부모님들이 귀가하고 나면 교실은 좀 한가해지지만 14명의 아를 한 교실에서 2명의 보육교사가 보육하는 것은 턱없이 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영아반 오전시간에 서울형 전담교사를 보조하는 인력으로 배치하고 오후에 출근하는 누리보육교사를 오전부터 출근시키기로 하였다.

분주한 9시,

전화벨이 울려서 받았더니 신입생 아버진데 아파트 출입구에서 차량등록이 되어있않아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제 어린이집 전화로 차량등록을 해달라고 전달했었다고 하였다.

차량등록을 해드리고 다음부터는 미리 알려주시면 등록을 해놓겠다고 말씀드렸다.


 딸기반은 오늘부터 두 시간 정도 교실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다가 부모님을 먼저 귀가시키고, 그 이후에 2시간 동안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하였다.

딸기반 교실에는 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2분, 누리보육교사 1분, 서울형 전담교사 1분, 0세 반은 한 시간만 있다가 귀가했기 때문에 0세 반 담임교사까지 다양하게 인력지원을 하였다.

등원한 지 3일이 되는 날인데도 여전히 엄마를 찾으면서 우는 친구와 점심을 먹지 않고 떼를 쓰는 친구들이 있고, 아직 스스로 밥을 잘 먹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점심식사 후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재원생 아버지라고 하면서 원장선생님과 통화하기를 원하신다고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은 교사는 수화기를 건넸다.

이유인즉 적응기간이라서 우리 부부가 어린이집에서 두 시간 정도 있다가 아이만 어린이집에 두고 귀가했는데, 아이가 집에 와서 말하기를 담임선생님이 오후 1시쯤에 우리 아이를 유희실로 데리고 나와서 담임선생님이 아이빰을 때렸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로서 걱정이 되니 원장선생님과 함께 CCTV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오전에 차량등록 문제로 통화했던 신입생 아버지였다.

네 살 아이가 선생님이 뺨을 때렸다고 명확히 말했다는 사실이 이해지 않았으나 최대한 부모님의 마음을 존중해 드렸다.



 '이게 웬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부모님이 귀가하고 나서 내가 한 시간이나 딸기반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일까?'

갑자기 사과만 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그래요. 아버님. 걱정되셨겠어요. 그럼 제가 상황을 알아보고 아버님과 다시 통화해도 될까요?"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어린이집에서는 '어린이집 영상정보 처리기기 열람 절차'가 안내되어 있다.

영유아 및 보육교직원의 보호,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관리한다.

어린이집은 양육자와의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영유아를 바르게 양육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동반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 가끔은 믿지 못하고 CCTV를 통해서 확인하고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CCTV 열람요청이 오면 열람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열람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보호자에게 통지할 수 있지만 요즘엔 무조건 보여주어야 다.

 나는 CCTV 화면을 열고서 두 시간 동안의 교실과 유희실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교사가 아이를 때릴만한 정황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1시에 체육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철민이가 계속 울기 시작했고, 담임선생님은 철민이를 안고 유희실로 나왔다.

철민이를 안고 다른 교실도 구경시키고, 음료도 건네고, 사무실에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켰다.

그렇게 철민이와 담임선생님은 2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부모님이 오셔서 데리고 다.

 나는 두 시간 가까이 CCTV를 관찰하면서 내내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에게 눈길이 갔다.

아이들 관찰하면서 돌보느라 엉덩이를 바닥에 댈 시간도 없어 보였으며, 15킬로그램 정도 되는 아이를 저렇게 오랫동안 안고 있으면 허리병이 날 것 같았다.

계속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움직이는 교사들이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씩 CCTV를 점검하지만 이렇게 자세히 한 교실을 정해서 들여다본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아버님께 전화를 드려 CCTV를 확인한 내용을 설명해 드리고 '뺨을 때린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하고 굳이 아버님께서 오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적응기간에는 부모님과 떨어지는 게 두려워서 분리불안도 생길 수 있으며,  부모님과 헤어지기 싫어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고, 또 많이 울기도 한다'라고 설명하였다.

주일 내지 이주일 정도 보내시면 적응할 테니 조금 지켜보자고 안심을 시켰다.

대뜸 하시는 말씀이 '그럼 CCTV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건가요?'라고 하시면서 경찰관을 대동하고 오면 보여주실 거냐고 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부모님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잠시 후 철민부, 경찰관, 구담당 그리고 나 이렇게 영화관람 하듯이 CCTV를 살폈다.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에 헛웃음만 나왔다.

CCTV를 보는 내내 철민부

"CCTV 사각지대를 교사는 다 알고 있지 않느냐"

"화장실은 왜 데리고 갔느냐?"

"저런 모습은 방임 아니냐"등등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다.


 이에 따라 경찰관은 철민부께 CCTV 두 시간 분량을 다 확인한 후에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하였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원장실 밖에서 상황을 모르는 교직원들은 무척 의기소침해 있을 것 같았다.

CCTV 확인을 마친 경찰관은 '아이가 유희실에서 빰을 맞은 정황을 봤느냐'라고 철민이 아버지께 물었다.

철민이 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어서 원장선생님께 죄송하다고 하면서 매스컴에서 교사가 아동학대하는 내용이 나와서 더 예민하였다고 하였다.

 처음 어린이집을 보내면 대부분 아버님처럼 걱정이 많다는 것을 저희가 충분히 잘 알고 있으니 어린이집을 믿고 철민이가 잘 적응할 때까지 함께 노력해 보자고 하였다.

나는 CCTV 확인을 마치고 돌아가는 철민이 아버지께 'CCTV 열람확인서'를 받고 현관까지 배웅하였다.

현관문을 닫고 돌아서니 허탈했다.

퇴근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인데도 교직원들은 걱정이 되었는지 모두 퇴근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교직원이 달려오더니 얼른 나를 안아주면서 "원장선생님 너무 애쓰셨어요."라고 하였다.

철민이 담임선생님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눈이 충혈되어 퉁퉁 부어있었다.


 보육교직원, 부모(보호자)등은 영유아의 건강하고 안전한 보육을 위하여 상호 간에 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타인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당한 보육활동 중에는 보육교직원에게 보장된 기본권리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CCTV 열람을 요청하여 CCTV 열람한 후에 아무것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담임선생님이 받았을 정신적인 고통과 트라우마는 누가 보상해줘야 할까?

의심하면서 CCTV를 확인하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그냥 '아니면 말고~~~' 이런 식이어야 할까?

'애 봐준 공은 없다'라고 하는데 전 국민을 보육교사화 시키고 싶어 하는 '보육교사 전도사'로서 오늘 같은 억지스러운 상황에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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