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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r 06. 2024

신입원아 적응기

 2024년 종달새반에 이름의 끝자리가 '~우'로 끝나는 귀여운 녀석들이 세명이나 입학을 하였다.

정우, 민우, 병우 ~우 트리오다.

셋 모두 주물러 터뜨려먹고 싶을 만큼 귀엽다.

 잔인한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다만 너무 귀엽다는 이다.


 신입원아 적응기간 동안 낯선 공간에서 낯선 어른들과 마주하는 일이 영유아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틀 동안 교실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였다. 

신입원아들은 엄마가 같은 공간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자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에 정우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고, 엄마한테 야겠다고 떼를 쓰면서 보챘다.

안아주고, 업어주고, 아무리 달래보아도 선생님도 싫고 원장선생님도 싫다고 하였다.

무작정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울기만 하였다.

그래도 호의적인 게 안아준다고 하면 품 안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한참을 달래면서 정우를 안고 있자니 팔이 저렸다.

'선생님들은 매일같이 이렇게 울고 보채는 아이들을 그렇게 자주 안아 줄 수 있었을까?' 새삼 그녀들이 대단해 보였다.


팔이 너무 저려서 나는 정우에게 "업어줄까?"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를 업고서 엄마가 오고 있는지 창밖을 내다보자고 제안했더니 울음을 '뚝' 그친다.

정우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목청을 높여 "엄마"를 외쳤다.

그러나 엄마는 벌써 집으로 가셨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조리사님이 종달새반에 점심을 가져왔다.

교실에 밥 냄새가 퍼지니 배고픔이 밀려온다.

내가 이렇게 배가 고픈데 엄마가 없어서 슬픈 '우 트리오'라고 배가 고프지 않을까?

우 트리오에게 수저통은 가져왔는지 물어보니 가져왔다고 하였다.

 정우에게 숟가락과 포크를 꺼내 정우의  손에 들려주면서 밥을 먹자고 했더니 안 먹는다고 도리질을 해댄다.


정우는 옆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 친구의 수저통에 눈독을 들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레고 숟가락과 포크였다.

정우는 옆 친구의 수저통에 든 포크를 집어 들었다.

수저통에 든 숟가락과 포크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어른인 내가 봐도 레고 수저통은 멋있어 보였다.

마음에 드는지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옆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정우에게 빌려주기로 하였다.

옆 친구는 선뜻 울음을 그치지 않는 정우에게 자신의 것을 빌려주었다.

아마도 작년부터 다닌 친구였기에 속으로

"조금만 참아, 너도 곧 적응이 될 거야. 그러면 밥도 잘 먹고 친구들과 함께 잘 놀다가 집에 갈 거야."

이런 심정으로 친구에게 자기 포크를 빌려주었을 것이다.


 정우는 친구의 포크를 만지작 거리더니 다시 돌려주었다.

선생님은 엄마께 똑같은 것으로 사달라고 부탁하자고 합의를 보고 점심을 먹자고 했다.

정우는 의외로 빨간 고춧물이 든 깍두기를 고른다.

한입에 쏙 넣더니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신기하게도 매운 깍두기를 선택하다니 기특하였다.

이 녀석 며칠만 지나면 나와 친해질 것 같다.

울다가, 놀이하다가, 책을 보다가, 밥을 먹다가 여러 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지만 조만간에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것이다.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나니 체육선생님이 오셨다.

언제 울었던 아이였는지.......

정우는 맨 앞줄에 앉아서 체육선생님의 동작을 제일 빨리 따라 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엄마 없이 어린이집에서 보낸 정우의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

정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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