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새작가 May 01. 2024

동창을 만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인 동창들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서 만나도 어린 시절 친구들과는 어제 만난 친구들처럼 수다를 떨어도 자연스러웠다.

어린 시절에는 하교하자마자 누구네 집이라는 개념도 없이 누군가의 집에서 해가질 때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런 친구들이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대학을 졸업하였고, 취직을 하면서 뜸하게 소식을 전하다가 결혼을 하였다.

세월이 흘러서 이렇게 다시 만나니 친구들의 머리 위에는 하얀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주름은 중력을 거스르지 못했다.

예전의 풋풋함은 사라졌지만 연륜이라는 게 묻어 이제는 노련해 보인다.


 그동안 살면서 집안일에 아이 키우느라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고, 아이들도 모두 성장하였으니 더 이상 집 안에서 엄마의 자리만 지키지 않아도 되었다.

 엄마는 이제부터는 언제라도 자유롭게 어렸을 때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아이들도 서른 넘어서 취직도 하고, 분가해서 독립을 하기도 했고, 늦게 결혼한 친구는 아직 대학생을 키우고 있었다.

그동안 사는 이야기가 주를 이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식들 이야기로 즐거웠다.


 

 학교 다닐 때부터 욕심이 많았던 친구는 여전히 욕심을 부리면서 살고 있었고, 늘 허허 웃으면서 상대방을 배려했던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허허거리면서 수다에 끼어들었다.


'나는 어떤 친구였을까?'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었고,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친구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방실 방실 웃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말하기 좋아하는 친구는 잠깐사이에 20년의 갭을 뛰어넘으면서 대소사를 모두 알려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할 얘기가 많은 친구였다.

만나는 두 시간 내내 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었다.

내가 끼어 들 틈이 나지 않았다.

딸아이가 월급 받아서 생일 선물로 고가의 명품가방을 선물했다고 보여주었다.

아들만 있는 나는 순간 '내 아들들이 월급을 모아서 저런 명품가방을 엄마에게 사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족히 3개월 월급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만 사 줄 수 있을 것 다.



 남편이 명예퇴직을 한 이야기를 하였다.

퇴직금을 수령했고, 월급도 3년 것을 미리 당겨서 한꺼번에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전원주택을 구입했다고 한다.

연금으로 매달 400만 원 가까이 받아서 노후 준비는 다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했더니 다시 기간제 교사로 와달라는 곳이 많다고 한다.

남편은 일하기 싫다고 했는데 가족회의를 열어서 딸들과 상의해서 자기가 등 떠밀어서 내보냈다고 하였다.

요즘에는 기간제 교사로 다시 나가고 있어서 그 돈도 무시 못한다고 하면서 얼굴엔 행복의 꽃이 피었다.

자기는 국민연금을 일시불로 냈더니 얼마 있으면 연금도 100만 원가량 나온다고 했다.

친구는 할 말이 많았고, 그동안의 집안이야기를 하느라 입에 침이 마르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알뜰했던 내 친구는 열심히 유쾌하게 삶을 꾸리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알뜰살뜰하였고, 활기가 넘쳐 보였다.


 뜬금없이 "너는 일을 언제까지 할 거니?"라고 물었다.

일하는 것, 힘들지 않느냐면서 집에서 놀아도  게 너무 많다고 하였다.

"글쎄... 놀아본 적이 없어서......

아직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난 퇴직하려면 6년 남았어."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내 친구는 정년이 없는 전문직을 가진 친구였다.

 "굳이 미리 퇴직할 필요가 있니? 하는 날까지 해야지."

갑자기 내 퇴직 문제를 친구들이 거론하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나섰다.

재미있게도 친구들에게는 마치 내가 일을 그만두는 그녀들의 일이 된 것처럼 걱정을 했다.

'일하는 내가 안타까웠나?'


 또 다른 내 친구는 나와 별 다르지 않게 조용하고 말 수가 많지 않았다.

그 친구도 계속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었고, 곧 자기 아들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만 하였다.

활기 넘치는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친구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옛날 추억도 떠올리면서  즐거운 오후시간을 가졌다.

친구는 장기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

머리가 좋은 것인지 나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들을 신기하게도 모두 기억해 냈다.

그 어릴 적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먹어 본 엄마가 만들어 준 반찬까지 기억해 냈다.


 유일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내가 계속 시계를 보는 것을 알고서 눈치 있는 친구는 "너,  들어갈 시간이지?"라고 말한다.

자기 이야기에 빠져서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나를 기억해 줘서 고마웠다.


 우리는 다른 날 긴 시간을 정해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내내 내 귀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수다 떠는 일상이 나에게는 사치였다.

오랜만에 유년시절부터 알아왔던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염병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